대한의사협회는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것을 두고 의료계 입장에서 바라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는 의협이 앞으로 전개할 대국회 대국민 홍보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최근 의료분쟁조정법 대책 긴급 시·군·구 의사회장 회의에서 배포한 '의료분쟁조정법 주요 쟁점에 관한 진실'이란 글을 통해 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대략 네가지로 정리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의협이 첫번째로 문제 삼은 것을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을 환자에서 의사로 전환한 것. 의협은 "입증책임의 전환을 법률로 명시할 경우 현대 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거나 자연사 등과 같은 악결과만 발생해도 환자측은 오로지 문제만 제기하며 가만히 있으면 되고, 의료인만 결과에 따른 모든 과정에 대해 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밝혀야 하기 때문에 사법상 '공평의 원칙'을 크게 손상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증책임을 법에 명시할 것이 아니라 의료분쟁 사안이 여러 유형을 띄고 있는 만큼 법관이 이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반적 입증책임 원칙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두번째로 법안이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택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의협은 "평균적으로 의료소송이 최대 6.3년에 이르는데도 소송 만능주의에 빠져있는 우리 국민의 특성을 간과하고 임의적 조정전치주의 채택을 통해 '조정기구'의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것은 이 법의 존재의미를 무색케 한다"며 "법원에서의 재판보다 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료분쟁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적 조정전치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세번째 문제로 법안에 무과실 의료보상이 제외된 점을 지적한 뒤 "기금 마련의 국가 부담에 난색을 표시하는 경제부처 입장과, 의료현장의 악결과는 무조건 의료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편협한 사고가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현대의학으로 입증도지 못하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일 경우, 또한 원인판명 기간이 길어 고통받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길이 완전히 닫혀버렸다"고 했다.
의협은 그러면서 "인간이 장난감 로봇이 아닌 이상, 현대 의학 및 각종 예기치 못했던 사항으로 환자에게 악결과의 가능성은 항상 상존한다"며 5000만원 한도네 보상을 주장했다.
의협은 마지막으로 "개정안은 의료인에게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고 예기치 못한 의료분쟁에 대비하라는 차원에서 종합보험 가입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며 "경과실에 대해 형사처벌특례를 부여한다고 하면서 이를 환자측과 합의를 요건으로 삼아 결국 의료분쟁의 해결이 합의보상금 극대화를 위한 제도로 만들어버렸다"고 했다.
의협은 이어 "의료인이 가입한 보험에 의해 보험회사로 부터 보상을 받고, 이에 의료인에게 형사 합의금까지 챙길 수 있어 물론 좋겠지만, 이런 사항을 악의적으로 이용할 경우 예상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종합보험 또는 종합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이 업무상 과실, 중과실로 의료사고를 야기한 경우 사망 또는 8개항목 이외에는 공소권을 제한하고 사망 또는 8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그 형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필요적 감면을 주장했다.
의협은 "이런 모든 것들이 의료인의 위축진료, 불필요한 과잉 사전검사 등 행태를 야기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현상은 환자에게 이어져 결국 법안의 목적과는 달리 국민과 의료인 모두 수혜를 받지 못하는 불필요한 법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