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수술중 감염으로 환자에게 후유증이 일어났더라도 의사가 수술장에서 감염예방조치를 게을리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의사가 무과실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이번 판례가 의료과실의 증명책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판결의 의미를 전하고 있어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수술중 감염으로 하지마비 등의 후유증이 생긴 환자가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환자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14일 판결문을 통해 "치료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를 위해 의료행위를 실시한 의료진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치료행위 그 자체를 과실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의사가 당시 의학수준에서 명백히 과실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의사에게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게 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밝혔다.
환자는 치료의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의사에게 치료를 맡긴 만큼 의사가 명백히 과실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환자들은 모든 의료행위에 부작용 등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환자가 의료행위를 받는 것은 질병으로 닥쳐올 위험보다는 의료행위로 생기는 위험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경우 의사가 수술과정에서 현재 의학수준에서 요구되는 감염예방조치를 게을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에 단지 수술부위에 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과실을 추정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이번 판례가 의료과실에 대한 책임소재를 판단하는데 구체적인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지법은 "이번 판결은 의사의 과실을 증명할 수 없다면 의료진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인정한 사례"라며 "병원감염에 있어서 의료과실의 증명책임 소재와 그 판단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판결의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