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문가집단의 제도개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준법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 그 이후 사태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책임져야한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김학기(소아혈액과) 교수는 지난 8월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이사장으로 선출된데 이어 최근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교수는 24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임의비급여 사태에 대해 이처럼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올해 8월까지 성모병원 진료부원장을 맡으면서 임의비급여 사태가 터지자 건강보험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섰고, 그만큼 엄청난 고통과 좌절을 경험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 김 교수가 혈액암을 연구하는 대표적 학회로 꼽히는 조혈모세포이식학회와 소아혈액종양학회 수장에 오르면서 다시 임의비급여 사태의 전면에 재등장했다.
김 교수는 “아직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향후 혈액암 관련 학회가 모두 모여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요양급여기준을 포함한 건강보험제도 개선 사항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정리해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정부가 최고 의료전문가들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준법치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심평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의학계의 제도개선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전면 중단하고, 요양급여기준에 준한 치료를 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점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려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앞에 두고 요양급여기준이나 식약청 허가 범위를 초과한다고 해서 진료를 중단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면서 “불가피하게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복지부나 심평원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임의비급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장 잘못된 것 중의 하나는 전문가집단이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 건의하면 바로바로 처리해주지도 않고, 묵살한다는 것”이라면서 “백혈병의 ‘백’자도 모르는 비전문가들에게 중요한 결정을 맡기는 것은 모순”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환자 진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인데 급여를 할 수 없으면 비급여로 투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약을 함부로 쓰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약을 쓴다고 해서 이익이 남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3차병원의 처방에 대해 삭감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임의비급여 사태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김 교수는 “교수들은 환자들을 위해 연구에 전념해야 하는데 보험이 되는지, 자칫 민원이 들어오진 않을까 염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의사는 진료할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가 보다 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도록 도와주진 못할망정 완전히 망가뜨리려하고 있다는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김학기 교수는 “환자들을 위해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했는데 진료비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요양급여비에서 환자 환급액 수십억원을 상계처리하고 있다. 여기에다 의료급여비 미수금까지 계속 늘어나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할 상황이 오면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임의비급여 문제는 성모병원에 국한된 사안이 절대 아니다”면서 “다른 병원도 시간이 지나면 민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적 대응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