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건정심 제도개선 소위의 병·의원 수가협상이 최종 결렬돼 전체회의에서 표결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격앙된 반응이 의료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의협과 병협 관계자들은 "공단과 가입자들이 정말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분노를 표시하면서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수가계약 구조 개혁을 위해 파업카드를 뽑아들어야 한다는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의협 좌훈정 보험이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건정심 전체회의가 남았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면서 "수가계약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투쟁 로드맵을 만들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제도개선소위에서 가입자 대표들의 1.29% 인상안 제시에 대해 그는 '수가를 동결해도 좋으니 협상이 결렬됐을 때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가입자와 공익대표들을 몰아부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좌 이사는 "파업에 대해 반대 목소리도 많지만 강경파 회원들은 (파업이라도 하자고)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늦어도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입자 쪽으로부터 의협보다 더 낮은 0.45%를 제시받은 병원협회에서도 강경투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난 6년간 수가인상률을 보니 병원계 임금인상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이번에도 병원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상률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니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열린 병협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병원협회 집행부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 특단의 조치가 무엇이겠느냐"고 말하고 "병원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외래진료 전면 중단 등 부분적인 파업을 감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온순하기만 하던 병협의 분위기가 이처럼 격앙된 것은 병원들의 급여비 담보대출이 급증하는 등 회원병원들의 경영난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수년간 계속된 저수가와 간호등급 차등제 시행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전체 병원의 20% 가량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해 있으며, 이런 상태라면 올해 안에 문을 닫는 병원이 100곳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지방 병원회장은 "파업을 한다고 해서 얻을 것은 하나도 없다. 파업에 절대 반대한다"며 "집행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회원 병원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