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가 2009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의 절반을 시범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4+4)으로 전환하되 2010년 시범사업이 끝나면 의대 체제로 일원화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서울의대가 향후 의대 체제를 고수할 경우 의전원 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대 왕규창 학장은 최근 제22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9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의 절반을 의전원 체제로 전환해 첫 신입생을 뽑는데 모집공고란에 ‘시범사업’이라는 점을 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이 끝나면 의전원 체제를 의대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응시생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줘 혼선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간 서울의대는 의전원이 불필요한 교육연한을 증가시키고 학생들의 고령화와 학비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약자 차별 등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그러자 교육부는 서울의대, 연세의대 등 주요의대들을 의전원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2006년 1월 중재안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다.
2009년까지 의전원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그간의 운영결과를 연구용역을 통해 평가한 뒤 2010년 의학교육의 틀을 확정하겠다는 게 중재안의 요지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당시 2010년 새로운 교육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2009년 의료계 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의학교육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6년제 학석사 통합과정 인정’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교육부가 적극적인 구애를 펴자 서울의대는 2009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의 50%를 의전원으로 뽑기로 결정했다.
왕규창 학장은 “2010년 의학교육의 틀이 확정되더라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대든 의전원이든 선택할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2009년부터 의전원체제로 정원의 절반을 뽑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의학교육발전위원회가 의대 자율로 교육연한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의대 체제로 완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왕 학장은 “이미 의대학장, 의전원장들은 대학이 의대 형태로 운영하건, 의전원으로 운영하건 교육부가 지원을 할 때 차별해선 안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고위관계자도 왕규창 학장의 말이 사견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대 고위관계자는 22일 “2010년 의학교육의 틀을 확정할 때 대학이 자율적으로 2+4나 4+4를 선택하도록 하면 우리는 2+4 형태를 선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서울의대 교수들은 현 의대 체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의전원을 계속 유지하더라도 정부가 교육연한을 획일적으로 정하기보다 학석사 통합과정 등을 인정해 6년제 형태를 상당부분 수용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미 서울의대가 공식입장을 표명했듯이 부분적으로 의전원을 운영하더라도 불필요하게 의학교육 연한을 증가시켜 학생들이 고령화되는 것을 막을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의전원을 몇년간 운영하다 의대로 전환한다고 의전원 졸업생들을 동문으로 인정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서울의대가 2009년도부터 의전원 신입생을 뽑을 때 시범사업이라는 것을 명시할 예정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이미 의전원으로 전환한 대학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교육부 입장은 2010년 최종 정책방향이 나와봐야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말했다.
교육부는 현재 의전원 평가방법을 확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며, 평가틀이 확정되면 의전원 운영결과를 평가하고,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연구에 들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