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막염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감기약만을 처방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공중보건의에게 손해배상책임이 부과됐다.
의사로서 진단과 치료에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구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최근 뇌수막염으로 보건소를 찾았으나 수차례 감기약만을 처방, 결국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공보의와 해당 관청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의사는 환자를 대할때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진단과 치료에 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공보의는 이에 대한 의무를 게을리한 채 기본적인 검사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비록 뇌수막염의 증상이 감기 증세와 비슷해 감별이 어렵다 하더라도 증상이 계속 악화돼 보건소를 찾은 환자에게 추가적인 진단을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자문결과 뇌수막염이 감기의 증세와 비슷해 그 감별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된다"며 "이에 보건소에 첫 내원시 뇌수막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러나 환자가 점차 증세가 악화돼 다시 보건소를 찾았다면 체온과 혈압 등의 검사를 통해 감기 외에 다른 병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공보의는 최소한의 기본 검진이나 활력징후의 측정조차 하지 않은 채 문진만으로 감기 처방을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보의는 자신에게 주어진 주의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결정이다.
재판부는 "공보의는 진료에 임하는 의사로서 기본적인 검진을 게을리해 뇌수막염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으며 이에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따라서 공보의와 그 사용자인 해당 군청은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에 책임을 지고 망인과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록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보의는 의대만을 졸업한 일반의사로서 의료경험이 부족했으며 보건지소의 의료시설이 열악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며 책임을 2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