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건강보험 권리구제 제도와 관련, 의료계가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직된 심사기준을 개선하고, 이의신청 위원회의 구성을 획기적으로 개편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권리구제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개선방안' 포럼에서 병협 박상근 보험위원장, 의협 전철수 보험부회장, 간협 박인선 보험심사간호사회장 등은 한목소리로 이 같이 요구했다.
먼저 박상근 보험위원장은 위원회 구성을 개편해, 심사의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현 이의신청위원회는 기관장을 위원장으로, 기관 근무자들이 자료분석에 직접 참여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면서 "공익성을 가지는 대표자들을 위원으로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는 한편 실명제를 통해 심사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심사결과의 투명한 공개와 지속적인 결과 모니터링을 통해 근본적인 개선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심사결과에 대해서도 요양기관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명을 해주어야 동일항목 삭감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면서 "또 심사결과를 모니터링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의 개선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수혈전 C형 간염검사 20년째 삭감…"기준 개선 시급"
간협 박인선 보험심사간호사회장은 경직된 심사기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하면서, 기준개선을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그는 "의학과 장비의 발전을 따라오지 못하는 심사기준이 문제"라면서 "심지어는 20년째 같은 사례로 삭감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 회장에 따르면 수혈전 시행되는 C형 간염검사의 경우 20년째 삭감처리 되고 있다. "매번 삭감을 당하다보니 이 항목에 대해서는 요양기관에서 이의신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또 사후관리규정에 따른 추가삭감, 법정처리기한의 미준수도 요양기관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회장은 "연초 있었던 골밀도 사건과 같이 회계년도를 넘겨서 소급적용할 경우 병원으로서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면서 "1차 심사를 하지 못한 부분은 심평원의 잘못으로, 이를 요양기관에 전가하는 추가삭감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의신청건의 상당수는 법정처리기한(60일)을 한참 넘겨서야 회신이 돌아와 병원서 사례를 파악하지 못한 채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법정기한을 넘긴다면 이자비용을 책임지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를 가지고 현재를 살라는 얘기…심평원 적극성 아쉽다"
의협 전철수 보험부회장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경직된 심사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
전 부회장은 "경직된 심사기준, 급여기준이 환자와 의료인간의 대립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그러나 심사의 최일선에 있는 심평원은 여전히 현실적 대안이나 조정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부회장은 "기준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다보니,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면서 "심평원이 심사기준의 원칙을 정하는데 적극성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석규 보험권리구제팀장은 "여러가지 의견을 들어 전향적으로 개선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팀장은 "정부내에 독자적인 팀이 구성된 만큼 제3자적, 객관적 입장에서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을 해나갈 예정"이라면서 "건강보험권리구제제도가 실질적으로 국민과 요양기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