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료시장, 그중에서도 상해의 의료시장은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다. 상해진출을 생각하고 있다면 자본력을 갖췄는지부터 고려해야 한다."
최근 중국 상해에서 만난 예메디컬센터 이경일 총경리는 상해 의료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중국 상해와 우리나라 의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료기관 및 의사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질병을 잘 치료하는 의사가 인정을 받는 반면 상해는 경영에 대해 잘 아는 의사가 인정을 받으며 특히 의료기관은 자본력이 강한 의료기관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해, 자본력이 중요…한국 의사들 뭉쳐야"
이 총경리는 "상해는 중국 내에서도 특별한 도시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못한 자본력이 쥐락펴락하는 곳"이라며 "중국 의사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MBA에 갈 정도로 단순히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는 경영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도 해외 의료기관들이 100억원을 투자해 병원을 세우겠다고 해도 허가 여부가 불확실할 정도라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30억원을 총자본으로 들고 와서는 의료기술만 내세우며 허가를 요구하니 중국정부가 허가를 내줄리 없다는 게 그의 신랄한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진은 우수한 의료기술 하나만 믿고 진출하지만 상해에서는 그것 하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뿐더러 중국은 이미 의료기술 또한 값비싼 의료기기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쫓아온 상태"라며 "특히 의료기기는 더 높은 수준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 의사들은 중국을 무시하는 게 문제"라며 "우리나라 의료진은 TOP클래스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상해에는 자본력과 의료기술을 갖춘 해외 의료기관이 진출해있어 사실상 포지셔닝 자체가 애매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외 의료기관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력을 키우기위해 해외진출을 원하는 의사들이 뭉쳐서 연합체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는 경쟁력 있는 국내 의료기관을 상해 진출시키려면 일단 어떤 방법으로든 자본력을 갖추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의료기관 인수·합병 진행 중"
이 총경리는 "상해에서는 의료기관도 하나의 기업으로 보기 때문에 언제든 인수·합병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실제로 최근들어 상해에서는 의료기관간에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다"며 철저히 시장경제체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해에 진출한 중국, 유럽 등 해외 의료기관들은 100억원 이상의 규모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자본력이 약한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아독존하기 보다는 일단 인수·합병형식으로라도 파이를 키워 자본력을 점차 키워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야말로 의료시장에서도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적용돼야한다는 얘기이다.
한편, 그는 최근 일각의 예메디컬센터 매각설에 대해 "실제로 투자금액의 2~3배 액수를 제시하며 매각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가치를 더 높여볼 생각에 거절했다"며 "앞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인수·합병 내지는 매각도 고려해볼 용의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