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인한 심부전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어머니 문모(41) 씨와 아들 전모(12) 군이 하루 차이로 각기 다른 기증자로부터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 화제다.
서울아산병원 윤태진(소아심장외과) 교수는 23, 24일 연속 문모 씨와 아들 전모 군의 심장이식을 집도했다.
문 씨는 남편과 함께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로 2002년 갑자기 숨이 차고 몸에 부종이 생겨 사지 근육위축증과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심부전증으로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왔지만 2006년 7월부터 상태가 악화돼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으며, 지난 해 7월 KONOS(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뇌사자 심장이식을 등록한 후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해 가고 있었다.
문 씨의 아들인 전모 군은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난청(귀머거리)으로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며, 지난 해 12월 잦은 기침과 호흡곤란 등 폐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와 같은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판정 받아 심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완치가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 문 씨가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여성에게 심장을 기증받아 23일 오후 6시경 심장이식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자 문씨는 “나는 괜찮으니 어린 아들이 먼저 이식수술을 받게 해 줄 수 없느냐”고 애원했다.
뇌사자 장기기증 순서는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낙담하던 문씨는 “아들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겠다”며 울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간절한 모정이 기적처럼 이뤄졌다. 전 군도 하루 뒤인 24일 오후 7시경 뇌사 상태에 빠진 12세 여자 아이의 심장을 기증받아 무사히 수술을 받은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윤태진 교수는 “모자의 사정이 너무 딱했는데 둘 다 천금 같은 이식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며 “4~ 6주 후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심장이식수술은 서울아산병원이 1992년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을 시행 한 국내 최대 기록인 200번째와 201번째를 맞는 것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