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심의 10개월째.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 등 각 의료단체에 광고심의위원회를 설치, 광고심의권을 위임했다. 그러나 심의를 받는 개원가는 물론 시민단체들까지 각 심의위원회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A산부인과의원 김모원장은 얼마 전 회음성형술에 대한 광고를 제작, 심의에 올렸지만 퇴짜를 맞았다. 회음성형술의 효과인 여성의 성감이 높아진다는 내용이 문제였다. 하는 수없이 김 원장은 광고를 대폭 수정했다. 그러나 몇일 후 김 원장은 한 여성 월간지를 보고 씁쓸해졌다. 타 산부인과의원의 광고는 자신이 심의에서 수정 요구를 받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B이비인후과의원은 한 일간지에서 지면광고를 싼 가격에 따면서 급히 광고시안을 심의위원회에 올렸지만 결국 시간을 놓쳐 좋은 기회를 잃고 말았다. 생각치도 못했던 재심의에 걸려 예정보다 심의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현재 의료광고를 실시하는 개원의사이에서 광고심의는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이미 제도적으로 도입된 광고심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를 따르자니 불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나" 기준 없는 심의
개원가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는 광고심의 문제점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
위의 A산부인과 사례와 같이 같은 광고문구를 놓고도 심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에 대해 가장 불만이 높다.
한 개원의는 "차라리 광고에서 사용이 안 되는 특정 문구를 정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도움이 될텐데 현재로써는 심의위원들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심의가 진행되는 듯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C피부과의원은 지방흡입 광고 심의에서 요철현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 삽입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논문 제출 등 과정을 통해 결국 기존대로 광고를 실행했지만 몇달 후 심의위원회는 다시 입장을 바꿨다.
해당 피부과 광고 담당자는 "근거자료로 논문까지 제시했는데 이를 묵살당해 황당하다"며 "심의할 때마다 달라지는 심의기준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의성이 생명인데" 불러도 대답 없는 심의위원회
특히 광고의 특성상 시의성은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광고심의를 거치다보면 일정이 늦어져 결국 광고를 포기하기도 한다.
광고심의는 약 1주일정도 소요되며 만약 재심의 과정을 거치면 2주이상으로 길어지기도 한다.
D성형외과의원은 방학시즌을 맞아 광고를 실시하려했지만 예상밖의 재심의 과정을 거치다보니 시간이 너무 흘러버려 결국 광고를 포기했다.
한 개원의는 "그래도 지금은 홈페이지에서 심의 과정을 확인이나 할 수 있지 초반에는 연락도 닿지 않는 심의를 기다리다 수차례 심의위원회에 찾아갔었다"며 "심의위원회는 심의결과를 홈페이지에 올리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결과 통보정도는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고를 해본 의료기관치고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광고 수정건으로 일정이 연기돼 결국 광고를 미루는 일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없을 것이라는 게 개원의들의 전언이다.
"전화번호만 넣어도 돈 내라고" 부당한 심의 수수료
광고심의 수수료도 개원의들에게는 부담이다. 이는 특히 네트워크의원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월간 잡지 광고 1면당 광고비는 약 200여만원선. 만약 10개의 지점을 보유한 네트워크의원이 각 지점의 전화번호를 넣게 될 경우 각 의료기관별로 광고 수수료를 지급해야한다. 즉 1건의 광고를 위해 1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40여개의 지점을 형성하고 있는 E한의원네트워크는 네트워크 광고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40여개 지점을 모두 넣으려면 적어도 400여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각 지점별 광고만 실시키로 했다.
네트워크의원 한 관계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될 지경"이라며 "같은 내용의 광고인데 지점 전화번호만 추가한다고 수수료를 별도로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문서를 별도로 작성해야하는 것 또한 불필요한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심의위원회 정착 단계"
의료광고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는 "기존 심의된 광고의 심의번호와 광고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며 "다만 위원회 홈페이지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형일 의료광고심의위원장은 "현재 광고는 네거티브 방식이기 때문에 칼로 무자르듯 명확히하기 기준을 정립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게다가 사람이 하는 것이니 만큼 실수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심의기준이 모호하다는 개원의들의 불만에 대해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문서로 제출해주길 바란다"며 "위원회는 권위적 조직이 아닌만큼 충분히 반영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네트워크의원들의 각 지점별 수수료 지급건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의료법상에서 의료광고는 의료인, 의료법인, 의료기관만이 할 수 있는데 네트워크는 법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광고를 하는 것 자체가 편법이라는 것.
그는 "네트워크의원들의 편의를 위해 복지부와 협의해 광고를 허용하게 한 것인데 각 기관별 수수료 지급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심의위원회는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심의기준 또한 어느정도 규정화됐다고 판단된다"며 "심의기준은 여러 위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리한 것인만큼 객관성을 갖췄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광고에 대해서는 문서로 제출하면 언제라도 논의할 여지가 있으니 이의를 제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