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의사 A씨는 알코올중독 환자 B씨를 입원시켜 치료 중이었는데, 어느날 아침 B씨가 병실 복도방향으로 넘어져 머리를 부딪힌 후 계속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사 A씨는 환자에게 구토증상이 없어 수면제의 효과에 의한 것으로 판단, 환자에게 뇌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고 환자는 뒤늦게 뇌수술을 받았으나 반신마비, 언어장애, 성격장애 등 영구 후유증이 갖게됐다.
이에 환자의 보호자들이 의사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했고, A씨는 1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사소송에서 벌금형을 받은 의사, 환자에게 또다시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까?
정답은 'YES'다. 형사와 민사는 완전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 의사는 환자가 민사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을 통해 응당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의성법률상담소 이동필 변호사는 28일 공단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법률 강연' 에서 이 같이 설명했다.
형사소송은 국가가 공익에 반하는 행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될 뿐, 해당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그 보상의 문제는 민사소송에서 이뤄진다.
만약 해당 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멀쩡하게 걸어 들어간 환자가 검사 또는 수술후 사망한 경우 등 의사 진료 후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의사가 책임을 지고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의사의 주의의무는 결과책임이 아닌 '수단책임'으로 인정되기 때문. 즉, 의사에게는 주의의무를 다해 최선의 진료를 할 책임이 있는 것이지, 단순히 '결과가 나쁘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의사의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민사소송의 쟁점은 의사가 해당 행위 중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다시 말해 의사의 실수나 과실이 개입되지는 않았는지 행위과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밝혀 내는데 맞춰진다.
이때 소송을 제기한 환자측에서 먼저 의사의 의료행위 중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잘못이 있다는 점' 등을 입증해야 하며 이에 대해 의사가 의료상의 과실이 아니라 다른 원인임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법원이 사례별로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해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어느정도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의료소송에서 승소하면 △향후 치료비, 장례비 등 의사의 과실로 직접적인 손해를 입은 비용인 '적극적 손해' △일실수입 등 소극적 손해 △위자료 등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월수입 200만원의 50세 남자가 의료과실로 80%의 신체장애를 얻었을 때 △치료비가 약 1000만원 △향후 치료비 약 3000만원 △60세 정년퇴임 △기대여명 10년 △성인 도시일용노동자의 노임을 100만원으로 가정해 계산해보면,
먼저 적극적 손해로 치료비 및 향후 치료비가 4000만원, 10년간의 개호비로 9714만5100원(100만원×97.1451(120개월에 해당하는 호프만 계수)이 산출된다.
여기에 일실수입 등 소극적 손해로 1억5543만2160원(200만원×97.1451(120개월 해당 호프만 계수), 위자료 4000만원(5000만원×80%) 등을 합할 경우 총 손해배상액은 3억3257만여원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다만 "이는 일반적인 계산법을 적용한 것으로, 실제 재판에서 이 비용을 전부 의사가 지불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법원이 의사의 과실정도를 판단해, 과실의 비율에 따라 최종 손해비용을 산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