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김장한(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와 서울의대 이윤성(법의학과) 교수는 최근 공동 집필한 ‘의료와 법(이퍼블릭 코리아 출판)’ 최신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과실 입증책임 의료인 전환’과 관련, 반대 견해를 피력했다.
이들 교수는 “입증책임에 관한 이론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의사라고 해서 설명의 존재를 입증하는 게 항상 용이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라면서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항상 일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의료의 현실을 도외시한 사고”라고 못 박았다.
의사는 환자를 첫 대면하는 때부터 설명, 진단, 치료행위를 하기 시작하고, 그후 치료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환자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 수많은 환자에게 행해진 설명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사가 부담하는 문서작성의무에 따라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시키려는 견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비판이 가능하다”면서 “치료행위 중에 수없이 행해지는 설명 전부에 대해 문서작성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무리라고 봐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환자가 의사의 설명에 대해 어느 정도 기억하는지 실증적 연구를 한 Robin, Merav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난 환자에게 의사의 설명을 어느 정도 받았는지 알아봤다. 연구 결과 10% 정도가 설명된 부작용에 대해 기억했고, 23% 정도가 재차 확인 과정에서 부작용을 기억해 냈다.
어떤 환자는 “의사가 단지 청진기를 내 가슴에 대어 보았을 뿐이지 그 외는 한 일이 없다”고 서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해 입증이 곤란한 것은 원고와 피고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사안이 뒤에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 존부를 판단하기 위한 입증자료가 미비한 것이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소송을 치료과실소송의 인과관계 증명과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은 부당하며, 그러므로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하는 견해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장한 교수와 이윤성 교수는 2006년 ‘의료와 법’를 펴 낸 바 있으며, 이번 최신판은 의료법 전면 개정안에 대한 내용을 총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김장한 교수는 “2006년 발행한 의료와 법이 의료인들에게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의료법 전면 개정에 따라 새롭게 알아야 할 내용이 많아졌다”면서 “다양한 판례를 통해 의료인들이 실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