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제의료기관평가(이하 JCI)를 인증받던 2007년 당시만 해도 병원계에는 이중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JCI인증을 인정해 주는 목소리도 있는 반면,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과욕'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JCI는 국내에 도입된지 단 1년만에 국내 병원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국내 병원들 너도나도 'JCI'
JCI 인증은 세브란스병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많은 병원들이 JCI 인증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병원들은 이미 인증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고대안암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이 이미 준비에 들어갔으며 화순전남대병원, 새로 개원하는 양산부산대병원 등이 JCI인증을 위한 위원회를 꾸렸다.
게다가 일부 전문병원들이 JCI 인증의 필요성을 느끼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외환자 유치라는 이슈가 대두된 것도 JCI가 국내에서 더욱 관심을 받은 계기가 됐다.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JCI라는 국제적 브랜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산의 A병원 관계자는 "해외 환자를 유치하려면, 그들에게 내세울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JCI 인증"이라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방동식 부원장은 "국내 병원들이 국제화를 하려고 한다면 JCI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바이어들에게 JCI 인증을 받았냐는 것은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JCI, 의료기관평가에도 영향
JCI는 국내 의료기관 평가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의료기관평가 역시 JCI를 벤치마킹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정부는 JCI가 주목을 받으면서 국가인증제 도입 등 의료기관 평가를 바꾸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2010년 부터 의료기관평가를 인증제로 바꾸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국내 뿐 아니라 전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가인증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올해 중 기본 방향을 설정할 방침”이라면서 "인증체제로 변환하는 시점이 오면 평가를 원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평가를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제도가 안정되면 서구와 진료환경이 달라 서구의 의료기관평가제도를 도입하기 곤란한 아시아 국가들이 국내 의료기관평가체계를 도입해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곧 아시아 의료기관평가시장의 선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JCI가 미국 민간사업자의 마케팅수단에 불과하며, 비용 효과적인 측면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