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HPV) 백신의 접종 시기 논란에 대해 면역성에 입각한 성년기 투여가 바람직하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박종섭 교수(AOGIN 차기회장)는 29일 오전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아·오세아니아 생식기 감염·종양학회(AOGIN) 기자간담회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너무 이르게 접종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성 경험이 임박한 연령에 맞춰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박종섭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현주소와 예방’ 발표를 통해 “국내 호발하는 HPV 바이러스는 16, 18형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30대에서 20대 초반으로 암 발생 연령층이 젊어지어 있어 백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자궁경부암 백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국내에는 현재 MSD에서 시판중인 ‘가다실’과 출시를 앞둔 GSK '서바릭스‘ 등 2개 자궁경부암 백신제가 소개되고 있다”며 “식약청이 이들 약제의 접종 연령대를 여성은 9~26세, 남성은 9~15세로 명시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성 경험이 빨라 9세 접종을 권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5세 성경험이 3%에 불과해 24%인 19세의 2~3년전 처방이 가장 적당하다”고 전제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안된다면 국민건강의 권리 차원에서 자궁검진에 백신 접종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국민 인식 제고 의견을 제시했다.
소아청소년과와 부딪치고 있는 접종연령과 관련, 박 교수는 “백신 접종시기를 놓고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이견을 보여 자칫 영역싸움으로 보여질 수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면역성 유지에 있다”며 “소아과 의견대로 성 경험이 없는 12세에 접종한다면 면역기간이 지난 19세에 재차 처방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고 말해 소아기 접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종섭 교수는 “소아과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에 관심을 보이는 있으나 실제 처방경험은 1~2건으로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보다 성 경험을 앞둔 19세 전에 접종하는 것이 면역성이나 투여 확대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성년기에 임박한 백신투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건보재정을 이유로 비급여로 비싸게 처방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과 프랑스, 호주처럼 국가 보험으로 충당하던가 아니면 절반 이상 약가를 낮춰 백신 투여를 시급히 확대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29일부터 31일까지 2박 3일 열리는 제3차 AOGIN 학술대회는 인도, 일본, 중국, 상가포르 등 20여개 아시아 국가 400여명의 전문의들이 참석해 자궁경부암 백신 현황과 의사 교육 프로그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