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사들도 진료의 질에 따라 의사의 등급을 매기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의학박사를 받은 브리검여성병원의 외과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곽미경 옮김·출판사 동녘사이언스)’ 저서에서 이 같은 심정을 솔직히 토로했다.
그는 ‘의사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편에서 최근 ‘의료의 질에 따른 보수 지불’로 급속히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적었다.
그는 “까놓고 말해 ‘잘못하면 감액’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 말이 그 말”이라면서 “메디케어, 에트나, 블루-크로스-블루 실드를 비롯한 전국 보험업체들은 현재 내과의가 특정한 질적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지불금액의 10% 이상을 보류한다”고 환기시켰다.
또 그는 “메디케어는 소장 장기이식에 대해 미리 정한 성공률을 외과의가 달성하지 못하면 아예 지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러한 관행은 다른 수술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때문에 의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에게 이러한 개념을 처음으로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설명회가 끝나갈 무렵 분개한 의사 몇이 “우리가 등급에 따라 돈을 받는다고요? 대체 그 등급은 누가, 어떻게 정한답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등급으로 평가된다는 사실이 매우 거북하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고려하지도 않는다. 쉽게 평가되므로 부당한 처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생각하다보니 얼마 안가 그렇다면 내가 하는 수술은 종형 곡선에서 어느 위치를 차지할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면서 “나는 전공분야가 내분비종양외과이니까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수술을 하는 외과의보다는 통계 결과가 좋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자위했다.
그는 자신과 경력이 같은 외과의를 모두 추려서 치료성과를 비교했을 때 만약 최하위를 기록했다면 메스를 놓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만약 ‘B-’라면 나와 같은 외과의가 득시글대는 도시에서 환자에게 메스를 들이대는 일을 나는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