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수술의 속도 경쟁, 코미디 같은 일이지만 의료광고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이다”
서울아산병원 이춘성(정형외과) 교수가 병원보 칼럼을 통해 디스크 수술을 5~10분 안에 감쪽같이 할 수 있다는 ‘수핵성형술(nucleoplasty)’의 상업성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칼럼에서 “1980년대 후반에는 뉴클레오톰 흡입술이 도입됐으며, 1990년대 초반에는 레이저 수술이 사용되기 시작했다”면서 “처음 도입 당시에는 환상적인 방법으로 소개됐지만 몇 년이 지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시들해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이 교수는 수핵성형술의 경우 최소침습수술의 맥락을 잇는 새로운 수술법이며, 고주파(radiofrequency)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술 온도가 60~70°C 정도로 낮다는 장점이 있으며, 조작과 시술이 간편해 일단은 환상적인 수술법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수핵성형술은 튀어나온 디스크의 크기가 6mm 이내의 파열되지 않은 작은 디스크 환자가 대상”이라면서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굳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수핵성형술을 하지 않아도 한 두달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고 밝혔다.
만일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면 간단한 스테로이드 주사요법으로 수핵성형술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이춘성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정착 수술을 요할 환자는 수핵성형술 등의 경피적 방법으로는 좋아지지 않는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수핵성형술의 대상 환자는 지극히 제한적이며, 5~10분짜리 수핵성형술로 마치 모든 디스크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교수는 광고의 한 구석에 엄청 튀어나온 큰 디스크가 싹 사라진 MRI 사진을 같이 보여주는 사례도 있는데 수핵성형술로는 절대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디스크에 걸리면 누구나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갖게 되는데, 째지 않고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는 5~10분짜리 수술법은 환자의 이런 심리상태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치료법”이라고 못 박았다.
이 교수는 “전체 디스크 환자의 80~85%가 저절로 또는 간단한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법만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5~10분짜리 디스크 수술법도 몇 년이 지나면 흘러간 유행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