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이규식(보건행정학과) 교수가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1970년대식 규제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의료시장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인정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미래환경변화와 보건의료서비스 발전 방안' 세미나에서 앞서 공개한 발제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21세기는 전혀다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식 의료정책 패러다임을 지속,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1970년대에는 의료자원의 부족과 형평차원에서 전국민의료보험의 시급성으로 저보험료를 통한 저수가·저급여 정책, 정부통제 위주의 의료관리 정책이 상당한 동의를 얻었었다.
문제는 전국민 의료보험이 달성되고, 의료공급이 늘어난 이후에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달성되었음에도 불구, 의료보험이 통합되면 보험료 인상 없이 급여확대, 저수가 구조 탈피가 가능하다는 논리에 의해 패러다임 전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못했으며 이후 건보통합과 의약분업후 재정파동으로 상황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이 교수는 "2000년 건보통합과 의약분업후 재정파동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능해졌으며 보험료 인상이 이루어졌음에도 급여확대나 수가정상화 보다는 보험재정 안정화에 급급한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규제일변도-저수가 정책, '박리다매형' 의료시장 형성 초래
그는 이 같은 상황이 3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의료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공급자들이 저수가 구조 탈피를 위해 '박리다매'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이 계속 이어지면서 공급자는 박리다매형 의료로 저수가 구조를 탈피하고 있으며 중소병원은 경영에 허덕이고, 대형병원은 고가장비를 활용한 박리다매 의료로 자본축적을 도모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 건강의 형평성, 정부와 시장역할의 조화, 의료의 생산성 혁신 및 국민경제 성장동력으로의 활용을 골자로 하는 패러다임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
이규식 교수는 "21세기형 보건의료정책은 의료의 형평성이 아니라 건강형평성에 촛점을 두어야 한다"면서 "아울러 박리다매형 의료를 탈피해 소비자 반응성을 고려하는 의료체계로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정부가 규제일변도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는 경쟁을 위한 률을 제시하고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소비자 만족을 위한 질 관리에 지나친 개입보다는 보험자와 공급자간 경쟁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