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협, 건약 등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9일 의료계의 미국 쇠고기 시식 행사와 관련, 규탄 성명을 내고 시식회에 참석한 주수호 의협회장, 지훈상 병원협회장 등 관련 인사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그것이 생명을 위협할 위험성이 있다면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이를 피하라고 적극 권고해야 할 의사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까지 하는데 대해 분노를 넘어 연민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의 행위는 과학적인 근거와는 거리가 멀다. 국제적으로 시행하는 광우병 방지를 위한 4가지 기본원칙(사료규제, 전수검사 SRM제거, 이력추적제) 중 미국이 지키는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이런 미국의 상황을 두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에 대해 경고하기는커녕 앞장서서 쇠고기를 시식하는 의사들이 창피하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의료계 원로 혹은 대표라는 인사들의 인식은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수준보다 못하다"면서 "미국 정부보다 못한 과학적 지식과 국민생명에 대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의사로서의 자격이 있느냐. 게다가 이들은 한국의 의학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성명은 특히 "(시식회 참가한) 이 인사들이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주수호 의협회장이 '미국산 쇠고기 제품을 먹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0%이고,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을 들여오고 여기에 SRM을 제거했으므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더욱 낮다'라고 말한데 대해 "이렇게 가능성이 낮다면 유럽과 일본, 다른 나라들은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의료계 인사들이 시식회에서 사용한 쇠고기는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에 따른 쇠고기가 아니라 과거 수입위생조건에 따른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라는 점도 덧붙였다.
성명은 시식회에 참석한 인사들이 촛불시위와 관련해 발언을 한데 대해서도 촛불시위를 모욕한 것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성명은 "주수호 회장은 촛불시위로 한국경제위기가 왔다면서 재계 인사들의 요청으로 시식회를 가진다고 했는데, 도대체 촛불시위로 한국의 경제위기가 왔느냐"고 반문하면서 "고환율 정책 등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촛불시위에 책임을 묻는 후안무치한 행위에 의사들의 대표라는 직함을 가진 인사들이 함께하는 것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성명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인사들이 과연 한국 의사들의 전체를 대변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표성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한국 의사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마치 의사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여 한국 의사들과 나아가 보건의료인들의 명예를 심대하게 실추시킨데 대해 책임을 지고 그 대표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