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이 병원의 수술 전후 예방적 항생제 사용을 평가한 결과 사용량이 크게 감소했지만 효과적으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평원이 최근 전국 302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8~10월 중 수술 전후 예방적 항생제 사용 결과를 평가한 결과 3차 종합전문요양기관 가운데 경희대 부속병원, 서울대병원, 강동성심병원 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처방행태를 보였다.
이들 대학병원은 피부절개 전 1시간 이내 예방적 항생제 투여 비율, 예방적 항생제로 부적절한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열 항생제 투여율, 3세대 이상 세팔로스포린계열 투여율, 예방적 항생제 병용 투여율, 퇴원 시 항생제 처방률 등 모든 지표에서 평가를 받았다.
물론 다른 의료기관들도 대체적으로 항생제 사용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이같이 항생제 사용이 줄어든 것은 병원과 의료진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희의료원만 하더라도 과거에는 항생제 사용 빈도가 높았다고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QI팀과 감염내과, 이길연(외과) 교수 등이 의료진 설득에 나섰다.
이길연 교수는 5일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등은 수술후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에 굉장히 민감하다”면서 “진료과장 등과 여러 차례 만나 항생제 사용을 적정화하기 위해 협의하고, 진료과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술 전후 항생제 사용 방향을 설정하고 사용 결과를 모니터링한 후 이를 진료과에 통보해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갔다.
물론 기존의 항생제 투여 방식을 고수하는 의료진도 없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왜 위험한 수술에 외국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심평원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수술 과정의 항생제 사용을 적정화하는 것만으로 감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수술 과정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시설을 개선하고, 수술복 등을 교체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런 투자는 결국 환자를 위한 것인데 병원에만 떠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일정하게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의료기관이 항생제 사용을 줄이면 건강보험재정이 절감되는 만큼 정부는 평가만 할 게 아니라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