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인근의 산부인과들이 자궁경부암백신 접종과 관련 예기치 못한 복병에 고충을 겪고 있다.
25일 개원가에 따르면 대학병원에서 병원 직원 및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10만원선에 저가로 접종을 실시하자 일부 환자들이 이를 알고 같은 가격대를 요구하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당장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접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값싸게 접종이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이와 같은 가격대에 접종해줄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대형병원에 비해 백신을 소량 공급받기 때문에 대형병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접종한 단가와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환자들의 요구가 계속되면서 난감한 상황은 정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A대학병원 인근에 위치한 B산부인과의원 개원의는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하러 찾아온 환자들 중에는 가격문의 과정에서 '병원도 10만원에 접종하는데 동네의원에서 왜 더 비싸게 접종하느냐'라며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병원 내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저가에 접종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이 때문에 환자들로부터 가격 압박을 받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직원 및 직원가족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을 실시한 C병원 인근의 산부인과 개원의는 "고가인 자궁경부암 백신이 예상보다 시장의 성장속도가 늦어지자 제약회사가 병원 측과 연계해 저가로 공급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원의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10만원에 자궁경부암 접종을 하는 것에 대해 박리다매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제약회사는 백신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병원은 직원들에게 복지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개원가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라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실제로 백신접종이 여성만을 주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대상자 또한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