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의 확대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참여기관을 대폭 확대하고 대상 의약품을 새로 정해, 시범사업을 다시한번 실시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평가를 위한 기초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책임 연구자인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보고서에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김 교수는 국립의료원 시범사업에 대해 "국립의료원은 시범사업을 수행하기에는 특별한 환경적 구조를 가진 의료기관이므로 시범사업을 평가하기에는 부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인부담금이 거의 없는 의료급여환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다, 시범사업이 자율적 참여로 시행된 점, 대상품목이 초저가 제품 및 기존의 제네릭 제품 등으로 편향되어 있었다는 점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는 "따라서 일반화가 가능한 평가를 위해서는 국립의료원만 참여하는 시범사업의 단순한 기간 연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새로운 시범사업 의료기관을 선정하고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사업설계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시범사업 재실시의 전제조건으로서 참여기관의 확대와 의약품 재선정 등을 제안했다.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공공의료기관 모두로 확대하는 한편, 성분명 처방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품목을 시범사업 대상 의약품으로 재선정해야 한다는 주장.
아울러 사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참여의사와 비참여 의사의 처방자료를 비교할 수 있는 사업의 내용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성분명 시범사업, 의사-제약-도매-약국 모두 불만족
한편 김 교수는 동 보고서를 통해 국립의료원 시범사업에 대한 참여자 모니터링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직역에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와 제약사, 도매업계 등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성분명 처방을 주창해왔던 약국에서 조차 "보완 후 제도 시행이라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
의사 직역의 경우 약효동등성 미확보 상태에서 성분명 처방을 시행할 경우 환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국에서는 시범사업 대상 품목의 선정이 편향적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의견을 냈다.
실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의사 A씨는 "약효가 부족하거나 혹은 부작용이 발생하여 의사에게 방문했을 때 환자가 약품을 선택한 것이니 환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을 조합, 처방하는 것은 전문 기술적 영역이므로 아무리 미미한 차이라도 의사가 이를 인지하고 약을 골라 처방한 것은 환자가 임의로 택한 약물과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라면서 "성분명 처방을 법적으로 의무화 하는 것은 환자 치료를 위해 적절하지 않으며 관련 단체의 집단 반대, 사회적 혼란으로 실시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78.3% "성분명 처방 잘 몰라"
이 밖에 시범사업 기간 중 성분명 처방을 받았던 환자군에서는 대부분이 사업의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군 모니터링 결과, 제도를 전혀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8.3%에 달한 것.
아울러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무슨 약을 먹는지, 더구나 그 약이 상품명으로 처방되는지, 성분명으로 처방되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실제 모니터링 결과 복용하는 약이 어떤 약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23명 중 8명(34.8%에 그쳤으며, 그 중 약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아는 사람 단 1명에 불과했다.
또 성분명 처방약을 구입할 때 약국 약사가 결정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14명(60.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자기 자신이 고른다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