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다국적제약사 한 곳당 평균 약가청구금액이 934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제약사 평균(331억원)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은수(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국정감사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07년 현재 1억원 이상 약가를 청구한 업체는 국내업체 220개소와 다국적사 27개소를 합해 총 247개로 집계됐다.
이들 제약업체가 한해 동안 청구한 약가는 9조3759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국내업체가 청구한 금액이 6조8535억원, 다국적제약사가 청구한 금액이 2조5224억원으로 각각 확인됐다.
기관현황과 청구액을 비교분석해 보면, 업체당 평균 약가청구금액은 380억원으로 국내 제약업체는 1곳당 연 평균 312억원, 다국적제약사는 934억원의 건보 수입을 얻은 셈이다.
이 밖에 건강보험 약가청구 상위 30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다국적제약사의 강세가 뚜렷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약가청구 상위 30개 품목 중 65%(17개)를 다국적제약사가 점유하고 있는 것. 이들 품목에 대한 약가청구액은 7776억원으로 국내사 13개 품목, 4553억원 비해 휠씬 높다.
1천억원 이상 청구업체 4년간 8개소↑…제약업계 양극화 심화
한편 전체적인 약가 청구금액을 보면 대형제약업체의 성장이 눈에 띄는 반면 중소규모 업체는 오히려 약가청구금액이 줄어들어, 제약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약가청구액을 기준으로 1천억원 이상 약가를 청구한 업체는 2004년 16개에서 2007년 24개로 늘어났다. 이들 업체들의평균 약가청구금액은 2004년 1624억원에서 2007년 2109억원으로 약 485억원 가량이 늘어났다.
반면 약가청구액이 1천억원 미만에서 500억원 사이인 업체는 같은 기간 23개서에서 34로 늘어났으나, 이들 업체의 평균 청구액은 633억원에서 665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규모 업체에서 더욱 심화돼 약가청구액 500억원미만 100억원 이상인 업체들에서는 동 기간 업체당 청구액이 15억원이 줄었고, 100억원 미만인 업체는 4억원이 감소했다.
이에 대해 박은수 의원은 "건강보험이 다국적제약사와 대형 제약업체만 먹여살리는 꼴"이라면서 "시장개방 시대에 중소 제약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R&D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 제약업체의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소 제약업체는 오리지널약에 맞설 수 있는 우수한 카피의약품 생산으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성분명제도의 확대 등 법제도의 정비를 통해 중소제약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또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