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검사없이는 암을 확진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조기암검진 사업에 병리검사가 빠져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지요"
대한병리학회 김한겸 이사장(고대의대)은 대전컨벤션센터내 추계학술대회장에서 이뤄진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가장 먼저 이말을 꺼내놓았다.
암의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조직검사를 제쳐놓고서 검진을 끝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
김 이사장은 19일 "현대의학에서 병리검사없이는 암을 확진할수 없다"며 "그런데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조기검진사업에는 병리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으니 황당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지속해서 정부에 알려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과 만원대의 돈으로 암의 확진이 가능한데 왜 쉬운길을 돌아가려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그는 하루빨리 병리학에 대한 정부의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병리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의학발전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김한겸 이사장은 "조직검사비만 보더라도 국내에서는 만원대 후반이지만 대다수 유럽국가들은 10만원에 육박한다"며 "결국 국내 병리의사들은 유럽 병리의사의 10배를 일해야 한다는 이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이유로 국내 대다수 병리의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교육이나 연구에 투자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며 "이런 상태로 병리학이 성장 타이밍을 잃으면 맞춤의학 등 미래의 의학 트랜드를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하루빨리 정부가 수가를 현실화하고 나아가 기초의학을 지원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자들이 분자병리학 등 미래 의료산업 연구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겸 이사장은 "병리학회지가 SCI에 등재되는 등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국내 병리학자들의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며 "정부도 이에 발맞춰 병리학 등 기초의학을 지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노력이 향후 맞춤의학 등 차세대 의학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며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