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중한 업무에 지친 병리과 전문의들이 블루오션을 찾아 개원가로 향하면서 대학병원들이 인력부족으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학회 등도 대학병원들이 병리과의 가치를 알아가고 있는 것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교수들이 유출되면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21일 병리과학회 등에 따르면 수년전부터 개원바람을 타고 약 70여명의 병리과 전문의들이 개원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병리과학회 김한겸 이사장(고대의대)은 "불과 몇년전만하더라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개원의사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약 70여명까지 늘어났다"며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병리과 전문의들이 개원시장으로 유출되는 것은 열악한 처우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의료현실에 비해 너무나 턱없이 낮은 수가로 인해 병리의사들에게 과중한 업무가 쏟아지자 차라리 개원시장에 뛰어드는 편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원가로 빠지는 전문의 중 대다수가 교수급 인력이라는 점에서 병원과 학회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임상은 물론, 교육과 연구까지 담당하던 교수들이 빠져나가면서 이를 대체할만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특히 국내에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병리과전문의는 600여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개원의가 현재와 같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이같은 어려움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A병원 관계자는 "2개월째 병리과 스텝을 구하고 있지만 연봉 등의 부분에서 협의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나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형 대학병원일 경우 업무량이 많다는 이유로 전문의들이 기피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한겸 이사장은 "개원이 활성화되면 병원측에서도 연봉인상이나 업무환경 개선 등의 방안으로 우수인력을 확보하려 하기 때문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교수급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교수들이 유출되면 결국 교육과 연구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며 "수가인상과 업무 가이드라인, 연구시간확보 등 교수들에게 비전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