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입원한 장기요양보험 1~2등자에게 간병비를 지원하면 요양시설과 본인부담 차이가 거의 없어져 시설 공동화가 우려된다” “적절한 의료의 질을 갖춘 요양병원에 한해 지원하면 되는 것 아니냐”
보건복지가족부가 요양병원에 입소한 요양보험 수급대상자에 대해서는 간병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결론 내리자 요양병원계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요양병원들은 간병비 미지원으로 인해 환자 이탈률이 18%에 달하는 반면 요양시설은 평균 수익률이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더욱 발끈하고 나섰다.
보건복지가족부 장재혁 요양보험제도과장은 31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박인수)가 주최한 추계학술세미나에서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현황 및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장 과장은 “장기요양보험 제도개선위원회가 최근 요양병원에 입소한 요양보험 수급자에 대해 간병비를 지원할지 여부를 검토했지만 현금지급을 일단 유보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해 간병비를 지원할 경우 요양시설 공동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비수도권 본인부담금은 요양병원이 70만~90만원, 요양시설이 40만~55만원선.
이런 상황에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요양 1~2등급자에게 월 20만원의 간병비를 지원하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간 본인부담 차이가 거의 없어져 요양시설 입소자들이 대거 요양병원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또 장 과장은 “이렇데 되면 요양병상 과잉공급과 사회적 입원 현상이 가속화되고, 요양시설에 대한 민간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후의 제반 상황을 지켜본 뒤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모 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겨 입원 노인에 대해 간병비를 못 준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부자들에게 월 몇 십만원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가난한 노인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꼬집었다.
노인요양병원협회 박인수 회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수가를 비교한 결과 1천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요양시설에만 간병비를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요양시설의 1일 수가는 약제비를 포함해 평균 5만1000원인 반면 요양병원은 약제비와 재활치료 등을 합하더라도 평균 5만2000원으로 천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여기에다 요양시설은 의사를 채용할 필요가 없고, 간호인력도 요양병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데 간병비마저 지원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못 박았다.
실제 복지부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시범사업에 참여한 법인 요양시설 24곳의 경영수지를 분석한 결과 평균 수익률이 15.4%에 달했다. 이와 함께 적자를 우려해 직원 급여를 감봉한 것을 원상태로 보전하더라도 평균 수익률이 6%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요양병원협회 박인수 회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요양병원에 입소한 등급판정자에 대해서도 간병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요양시설 입소자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것은 장기요양보험료를 낸 환자와 가족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인요양병원협회 김선태 총무이사도 “요양등급 판정자들이 요양병원에서 요양시설로 옮겨가는 이유는 단지 본인부담이 비싸다는 것 때문”이라면서 “문제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요양시설로 간다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노인요양병원협회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요양병원 환자 이탈률이 1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총무이사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요양 1~2등급 판정자에게 간병비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취지에 어긋나며 이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노인요양병원협회는 현재 보건복지가족부가 시행중인 요양병원 적정성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에 대해서는 간병비를 지원하는 등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