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가 병원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은 교통사고환자 진료비를 반환하라고 심사결정했다 하더라도 의료기관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심사결정 자체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어 진료비 반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재판장 박일환)은 모병원 윤 모원장이 A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 대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시켰다.
A보험사는 윤 원장이 교통사고환자 김 씨로부터 받은 진료비가 부당이득이라며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이하 자보심의회)에 진료비 심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자보심의회는 윤 원장이 김 씨로부터 지급받은 진료비 818만원 중 755만원과 심의회 심사수수료 80만원을 A보험사에 지급하라는 심사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윤 원장은 보험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고, 보험사 역시 윤 원장이 진료비와 심사수수료를 부당하게 챙겼다며 반소를 청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윤 원장이 김 씨로부터 지급받은 진료비가 경추부 추간판탈출증을 치료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자보심의회의 심사결정이 합리적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자 대법원은 판결에서 “윤 원장이 자보심의회의 심사결정에 불복해 소를 제기하면 심사결정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발생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윤 원장이 자보심의회의 심사 결정에 불복, 30일 이내에 본소를 제기함에 따라 심사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으며, 자보 진료비가 부당이득이 되는지 여부는 민사소송의 주장, 입증책임의 법리에 따라 실체를 심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진료비가 심의회의 심사대상이 되고, 그 심사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사정을 근거로 이 사건 진료비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니 이는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이같은 부당이득의 입증책임이 보험사에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대법원은 “원심은 윤 원장의 진료비 반환의무를 인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자보심의회의 심사결정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심사결정이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상 진료비 반환의무의 근거가 될 수 없고, 심의회의 심사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사정만으로 부당이득 성립 요건이 입증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