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회들을 비롯, 의사협회 등 관련단체 들이 전문의시험 자격을 구실로 전공의들에게 회비납부를 강요하는 악습이 여전해 문제가 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누적된 의협회비에 학회 평생회원비를 합칠 경우 100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학회와 정부는 견해가 달라 전공의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승진 회장은 8일 "전문의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의협회비와 학회비를 모두 납부해야 해 전공의들의 부담감이 상당하다"며 "대다수 전공의들이 이같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학회비와 의협회비를 내지 않으면 전문의 시험 원서를 주지 않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낼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던 전공의들은 전문의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원서를 받으러 간 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들 중 일부는 수련기간 4년간 내지 못했던 의협회비에 공보의 기간 등을 합쳐 7년치 의협회비를 일시에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현재 인턴, 레지던트의 의협회비는 13만 7000원으로 7년치를 합산할 경우 10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더욱이 일부 학회들은 전문의시험 응시시 평생회원비로 수십만원의 학회비를 요구하고 있어 전공의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A대학병원 전임강사는 "예전에 전문의 시험을 접수하러 갔다가 120여만원의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며 "특히나 카드도 되지 않아 근처 은행에 가서 현금을 찾아오자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대전협 정승진 회장은 "물론 대한민국 의사로서 의협회비를 내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하지만 자발적 참여가 아닌 시험자격을 전제로한 강요는 옳지 않는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학회들도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학회의 소속감을 갖게 하기 위한 방안중 하나로 볼 수 있지 않겠냐는 답변을 내놨다.
B학회 이사장은 "물론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전문의가 되기 전에 학회비를 내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하지만 해당 전공과목을 수련받은 전공의로서 '준회원'으로 학회 운영에 보탬이 되는 것이 과도할만큼 불합리한 처사는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평생회원을 강요하며 수십만원의 회비를 일시불로 받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평생회원의 경우 정회원이 된 후에 의사를 물어 가입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사실상 관여할 명분이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학회는 의사들이 구성한 임의단체로 복지부가 제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의협과 병협, 학회 등 관련단체들이 스스로 자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그는 이어 "과거 의협에 전공의들에게 의협회비 강제징수를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낸적이 있지만 사실상 더이상의 관여는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