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의사가 한 대학병원 레지던트 모집에 지원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반응은 차분하고 우호적이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어 감염자의 인권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고 나아가 이번 일을 에이즈, 간염 등 바이러스 감염자를 백안시하는 국민 시각을 교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의사가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자라 하더라도 법으로 진료권을 제한할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의료법 제8조(의료인의 결격사유)는 정신질환자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에 저촉되는 자에 한해서만 진료권을 제한하고 있다.
보건자원과 한익희 서기관은 “정기적으로 투약하고 관리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타액으로도 전염되지 않는다. 본인이 더 잘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고 말했다.
한 서기관은 “외국에서 치료중 감염 사례가 보고 됐지만 외과 분야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환자와 밀접하게 진료하는 일부 분야만 진료권을 제한할 뿐 진료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사례는 없다”고 소개했다.
연세의대 감염내과 김준명 교수는 “직업을 불문하고 누구나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직업이 의사라고 해서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와의 접촉이 많은 외과 등을 가급적 피하고 진단방사선과 등 전염 우려가 없는 진료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병원은 에이즈 감염 사실만으로 해당 의사를 탈락시키는 등 불이익을 줘서는 안되며 언론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도 “감염 사실만으로 직업적 자율권을 박탈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거들었다.
강 대표는 “국내에서 에이즈환자의 인권보호 장치는 너무 취약하며 감염문제를 과도하게 포장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에이즈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대훈 간사는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생활이 단절되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거부감 또한 클 것”이라며 “본인 스스로가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만일의 가능성을 고려해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