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의 경영난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수면제 등 정신과 약물에 의존하는 개원의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개원가에 따르면 내과, 소아과 등 비(非)외과 분야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경영난을 못이겨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의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런 경향은 개업 10년 미만의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만연하고 있어, 의사 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약의 힘을 빌어 하루를 버티는 개원의의 대부분은 수억원의 은행 빚을 안고 개원한 경우로, 현상유지도 힘들 만큼 적은 환자수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는 것.
내과 개원의협의회 장동익 회장은 “30~40대 회원들로부터 저녁에 잠을 이루지 못해 약을 먹고 있다는 하소연을 듣고는 한다”며 “이는 비(非)외과 분야 개원의들 사이에선 이미 잘 알려진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내과의 경우 하루 50명 이상 진료해야 근근히 버틸 수 있는 상황인데 30%이상은 이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병원을 팔아치우려 해도 초기 투자비용의 3분의 2도 못건지는 상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탄식했다.
내과의 경우 하루 50명을 진료했을 때 공단부담금을 제외한 수입은 15만원 정도. 그러나 최근 심평원의 삭감이 일상화되면서 한 달에 100만원 넘게 삭감당하는 사례도 흔해졌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 이자에, 의료기기 리스비, 인건비 등을 제하면 개원을 안하고 봉직으로 남는 것만 못하다는 설명이다.
소아과 개원의협의회 안치옥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환자 감소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며 “소아과의 경우 평균 3~4억원의 개원비용이 들지만, 수입은 투자비용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개원 20년이 되어가는 나도 이런 저런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는데, 젊은 개원의 의 경우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신경과 개원의협의회 이창훈 회장은 “의약분업 전에 1만4950원하던 재진료가 분업 후 7120원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과(科) 특성상 장기투약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정말 어렵다”며 "약이라도 먹고 이같은 상황을 잠시라도 잊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2월부터 환자가 줄기 시작했는데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가는 오를 기미가 없고, 심평원의 삭감은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며 암담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의료계에는 각 과별 폐업 기준 1일 평균환자수 라는 통계가 나돌고 있다.
이 자료는 1일 환자 수가 내과 45명, 소아과 50명, 산부인과 25명, 정형외과 55명, 가정의학과(감기과 기준 50명), 이비인후과 75명, 피부과 25명, 비뇨기과 30명, 안과 35명, 재활의학과 40명 이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개원가의 추락은 끝이 없고 이래저래 '약 권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개원의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