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의료사고 리스크 관리방안을 모색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의료사고분쟁 조정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이 벌써 1994년이니, 기간으로만 10년이고 회기로는 14대부터 16대까지 3대를 거치도록 이 법안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곧 16대 회기가 끝나면 이원형 의원이 제출했던 법안도 자동폐기된다. 국가 차원의 의료사고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같은 상황에서 의사들이 그나마 자구책으로서 의존하고 있는 의협 공제와 민간보험사의 의료배상책임보험이 지닌 문제점들을 진단해 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글싣는 순서>>>--------------
|제1부|외면받는 의협공제...배상보험 선호
|제2부|의료배상 책임보험의 허실(虛實)
|제3부|의료사고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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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의사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공제회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초까지 민간보험회사들이 의료배상책임보험 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만해도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이 그다지 흔하지 않았고, 이로인해 가입률이 저조하자 민간보험사들이 줄줄이 상품 판매를 중지하기 시작했던 것에서 공제회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이유로 1981년 공제사업이 시작됐고, 1990년에는 진료에 종사하는 모든 의사가 의무적으로 공제회에 가입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그러나 의무가입조항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 공제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를 넘던 1990년도의 공제상품 가입률은 매년 하락을 거듭해 2003년 현재 전체 대상자 2만여명 중 약 25%인 5천여명만이 공제회에 가입하고 있을뿐이다.
회원들이 공제회에 가입하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비현실적으로 낮은 보상한도액’이다.
현재 기본 공제의 경우 보상한도액은 1구좌당 1천만원을 기본으로 하여 3구좌까지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즉 최대 3구좌를 가입했을 경우에도 보상액은 3천만원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명과 관련해 한 번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1억원 이상의 배상액을 판결받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는 요즘 3천만원의 상한액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금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보험의 보상한도액이 8,0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액수가 터무니 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목원대학교 이정호 교수(금융보험학과)는 "공제회의 비현실적으로 낮은 보상한도는 작은 위험은 보상하고 큰 위험은 의사 개인이나 병원의 부담에 남겨두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공제의 기본원리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공제회의 가입률이 저조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공제회 가입에 대한 정관규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문제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1990년 개정된 정관에 따르면 진료에 종사하는 모든 회원이 공제회에 가입할 의무를 지니나, 미가입 회원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나 힘이 현실적으로 공제회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같은 한계로 인해 개원의들은 기존 공제상품보다는 민간 의료배상보험이나 의협과 민간보험이 제휴해서 운영하는 의료배상공제를 최근 선호하는 추세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와 가정의학과개원의협의회 등은 민간 보험사들과 협약을 체결해 의료배상책임보험 계약업무를 시작한 지 오래다.
의협 공제회의 차원에서도 기존 공제상품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보험사와의 재보험 형식으로 한도액을 높인 의료배상공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의협 공제회가 2003년 집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공제 가입률의 저조에도 불구하고, 의료배상공제의 가입건수는 2002년 이후 1년새 두 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공제회를 관장하고 있는 고광송 의무이사도 “현재 공제회 사업과 의료배상공제로 이원화되어 운영중이나, 최근 들어 많은 회원들이 의료배상공제 쪽으로 관심을 갖는 등 시장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