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소아과 등 일부 전문과목의 명칭 개정을 위해 의료법 및 관계법령이 개정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실에 보냈다. 특히 의협은 소아과 개명과 관련해 지난해 상임이사회에서 승인한 사안에 대해 산하단체인 내과학회가 반대의견을 제출한 것은 의협의 의사결정 구조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편한 심기도 함께 실었다.
물론 소아과를 소아청소년과로 개칭해야 하는 필요성은 이해가 된다. 출산률 저하에 따른 환자감소와 전문의 과잉공급으로 소아과는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다. 의협도 저간의 절박한 소아과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정형근 의원에게까지 협조 요청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과목간에 심화되고 있는 영역싸움의 단면이 단면이 노출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까지 외부 인사의 힘을 빌려 해결할 일은 아니다. 내부적인 조율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것이 순리다.
의료계에서 영역싸움을 벌이고 있는 전문과목은 내과와 소아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원의협의회 명칭을 둘러싼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간 갈등, 항암제 처방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혈액종양내과와 혈관외과와의 다툼, 간판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전개됐던 성형외과와 미용외과학회간 줄다리기 등 개원가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 된지 오래다.
이전투구로 치닫는 의료계를 바로잡고 다같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앞장서서 헤처 나가는 것이 의료계의 모든 단체를 아우르고 있는 의협의 역할이다. 지금 의료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때로는 당근을 제시하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채찍을 휘둘러 집안을 단속하는 듬직한 맏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