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해 의료계가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일방적으로 의료기관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에 2008년까지 급여율을 72%선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9월1일부 암, 뇌혈관질환, 심장병, 암 등 중증환자 본인부담을 10%로 끌어내리고 앞으로 10대 중증질환의 환자부담을 연차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6세미만 소아환자의 입원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하고 식대와 초음파등 각종 검사항목도 급여로 전환할 방침이다
14일 서울의대 의료정책연구소는 보장성 강화정책이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병상을 점유해 의료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영세환자들이 진료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급여범위는 넓히면서 암 수술과 같은 필수진료행위에 제댜로 기술료를 반영하지 않아 전공의들이 외과와 같은 필수진료분야의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의료의 질 개선에 대한 노력없이 환자들의 진료비용에 대한 보장성강화에만 집착함으로써 의료이용 형태를 양극화로 몰고가고 있는 것이다.
만6세 미만 소아의 입원진료비를 면제해준데 따른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작은 질병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고집하는 현상이 빚어질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아과학회와 의협 등은 이에 따라 소아환자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취지라면 아예 외래부담까지 없애라고 주장한다. 또 의료급여비가 바닥나 11월말 현재 3600억원이 체불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의료계는 선심성 보장성강화 정책 탓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보장성강화에 투입되는 재정확충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건강보험 흑자분 1조5000억원을 보장성강화에 투입했다. 내년에는 1조원의 재정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재정지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내년 보험료 인상분을 최소 5% 이상으로 희망했다. 하지만 내년도 건강보험료는 3.9%가 인상되는데 그쳤다. 내년 건보재정은 적자편성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은 4.31%로 프랑스ㆍ독일(14%)보다 크게 떨어지고 일본과 대만(9%)보다도 낮다. 보장성강화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필수적인데도 여전히 바닥을 헤메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의료이용을 왜곡하거나 어느 특정 직능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한다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다 신중한 정책추진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