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잠잠하다 했던 '선택진료제'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건강세상네트워크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
이들은 먼저 서울대병원이 부당하게 선택진료비를 환자에게 부과했다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토대로 위헌 소송까지 제기할 계획이다.
또 이들은 2856명의 서명을 받아 선택진료비 개선을 촉구하는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별도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선택진료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제출을 앞두고 있어 국회 차원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외부에서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병원계는 이를 반박하거나, 맞서지 않은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현 선택진료제가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인정하지만,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단적으로 현 선택진료제는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약하고 있다는 것을 병원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선택분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료계와 병원계의 주장과 비추어봐도 모순된다.
선택진료의사 비율을 80%에서 70%, 60%로 줄인다 해도 국민들이 '의사'를 선택할 수 없음에도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모순을 해소할 수 없다.
그러나 병원계 입장에서 보면 개원시장으로 떠나는 '교수'를 붙잡고, 병원 경영을 개선하는데 선택진료제는 아주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제도가 일방적으로 폐지되면, 대형병원은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시민단체가 '선택진료제는 폐지하되, 그 만큼의 비용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보조해 주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병원계 입장에서는 만년 민원거리인 선택진료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뿐더러 그만큼의 수입을 보전받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꼭 이같은 방법이 아닐지라도 '선택진료제'는 병원계와 시민사회단체, 정부 모두가 모여 사회적 대타협의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제도는 두고두고 병원계와 국민의 발목을 잡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