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몽고 국영 방송 TV9의 간판 프로그램인 8시 뉴스에는 놀라운 소식이 보도됐다. 한 외국인 의사가 간암에 걸린 자국 국민 16명을 무료로 치료해 줬다는 것.
인터뷰에 나선 한 몽고인 의사는 “난 무서워서 하지도 못했던 일을 이 두 사람은 해 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보다 정확한 내용을 알기위한 문의전화가 방송국에 폭주했고, 한 동안 정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이 한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한양대병원 진단방사선과 서흥석(徐興錫)교수와 황의경 주임방사선사이다.
지난달 25일 출국한 이들은 단 3일 만에 간암환자 16명을 수술하는 경이적인 능력을 보여줬다. 첫날 6명을 시작으로 하루에 5명씩 총 13시간에 이르는 수술을 소화해낸 것.
특히 수도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조차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려보냈던 환자들도 이번 수술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수술을 집도한 서 교수는 “사실 한국에서 떠날 때는 1명만 수술해 주기로 약속돼 있었다. 그러나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해 모두 수술해 주게 됐다”고 당시상황을 설명했다.
황 주임방사선사 역시 “시간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릴까봐 방송국 인터뷰를 마지막 날로 미뤘음에도 불구하고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고 회상했다.
이번 무료수술의 성과는 몽고 현지인과 한국 의료진 그리고 의료원의 배려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
4~5년 전부터 몽고를 오가며 현지인들과 인연을 맺어온 황 주임방사선사는 현지 지인을 통해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수술 받지 못하는 환자를 소개받았다.
황 주임방사선사는 1만 8000천 번이 넘는 간수술 경력을 가진 서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고, 서 교수는 보수 없이 집도해 줄 것을 약속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의료원 측 역시 수술 기자재를 제공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 수술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황 주임방사선사는 “수술에 쓰이는 ‘카테타’라는 도구는 환자 한 사람당 하나씩 필요한데, 개당 가격이 50만 원 정도나 된다”며 기자재를 제공해준 의료원 측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황 주임방사선사는 “3년 전 몽고에 갔다가 혼절할 정도로 아팠다. 그런데 몽고 의료시설이 너무 열악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고 말하며 “그 때부터 (우리 기술로) 환자들 치료를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의료 봉사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징기스칸의 마지막 부인이 한국인이었다 한다. 우리 민족과도 인연이 깊은 사람들인데 도와줘야하지 않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서 교수 역시 “간암 치료는 지속적으로 치료해줘야 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의료봉사 계획을 전했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 수술이 끝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던 사람들”이 사는 나라 몽고. 그 나라에 퍼뜨린 ’사랑의 실천‘의 씨앗이 또 하나의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