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선고한 이원석 원장과 서울대병원 약제비 판결의 후폭풍이 대단하다. 이 판결이 현재 1심에 계류 중인 나머지 병원들의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소송에 참여하지 아니한 다른 병원까지 합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보험공단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하고, 아울러 입법적 해결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원외처방 약제비를 처방한 의사로부터 환수하는 법안은 자칫하면 의료인의 진료권과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위 법안이 입법화된다는 것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나 과징금처분의 경우처럼 건강보험공단은 강제적인 행정처분으로서 약제비를 환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만약 의사들이 약제비 환수처분에 대해서 불복하여 다투고자 할 경우에는 행정처분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또는 이의신청)을 제기하여야 한다.
만약, 그 기간 안에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아무리 위 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개별적인 환수 건별로 일일이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데, 건당 환수 금액이 얼마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일이 소송으로 대응하기가 사실상 곤란하다. 소송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만약, 어렵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의사가 승소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의 건강보험법이나 판례에 따르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되기만 하면 일단 ‘부당한 방법’으로 판단되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행정소송에서는 행정기관의 재량권을 상당히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처분 무효 판결이 있기까지 환수처분에 대해서 병원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제도하에서도 과잉처방에 대한 통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심평원은 요양급여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의료기관에 자율시정을 권고하거나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현지조사 결과 부당처방 사실이 드러나면 처방한 약값의 5배에 해당되는 과징금이나 업무정지처분을 내릴 수 있다. 아울러 약 처방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인 경우에는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로부터 약값을 환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과잉처방을 할 의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제비 환수에 관한 법안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 이전에 우선 불합리한 요양급여기준을 개정하고,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심사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이번 약제비 소송에서 문제된 약 처방 사안들은 ‘과잉처방’ 사례가 아니다.
이번 소송은 결국, 불합리한 요양급여기준과 부실 심사로부터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성과 제도 개선 없이 법부터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법률만능주의적 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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