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국내 제약업체에서 오너 2세가 속속 경영자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보령제약그룹은 2일 임원 승진인사에서 김승호 회장의 장녀인 김은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한 후 여러 부서를 거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고 2000년 보령제약 사장을 거쳐 2001년 부회장에 올랐다.
김 회장의 4녀인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경영학 석사로 1994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1997년 보령메디앙스로 자리를 옮겨 메디앙스를 유아업계 선두기업으로 이끌었다.
한미약품도 임성기 회장의 아들딸들이 경영 최일선에 전진배치됐다. 딸인 주현씨가 인재개발 담당 상무, 해 차남 종훈씨는 경영정보 담당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장남인 종윤씨는 현재 북경한미약품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오너 2세 경영권 승계는 어제 오늘의 예기가 아니다. 이미 상당수 제약사가 오너 2세에게 경영권이 이양된 상태다.
동아제약, 동화약품, 안국약품, 중외제약, 대웅제약, 일성신약 등은 경영권 승계작업이 마무리됐고 광동과 경동제약운 지난해 2세에게 지분을 증여하고 등기이사에 올려 2세경영 체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보령제약 김광호 사장, 종근당 박선근 사장, 대웅제약 이종욱 사장 등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제약사들도 드물게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역사가 오래된 제약기업들은 대부분 회사를 자녀에게 넘긴 상태"라며 "보령제약과 한미약품이 2세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국내 제약업계는 2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