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의과대학을 나온 한국인 선교사가 의사국가시험에 거뜬히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필리핀에서 선교활동과 함께 선교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진석(47)씨. 박씨는 지난 20일 발표한 73회 의사국가시험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2005년 예비시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필리핀의대 출신 의사국가시험 합격자라는 기쁨도 함께 맛봤다.
박씨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선교활동을 하느라 응시를 미뤄오다 더 늦기 전에 한국 의사면허를 따야 한다는 생각에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했다"며 "한국 의사국시 출제경향에 대한 정보가 없어 예비시험과 1차 필기시험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필리핀 영주권자인 박씨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다.
박씨는 감리교 계통의 목원대 신학과를 나온 목사다. 지난 91년 서울경신교회 필리핀 선교사로 파송돼 선교활동을 하면서 필리핀 4대 명문 중 하나인 라살대학 의예과를 나왔고 앙겔레스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12명의 의사가 일하는 경신 선교병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필리핀의 의학교육에 대해 "입학도 졸업도 쉽지 않다. 절반 이상이 중도에 탈락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교육과정도 현장감 넘치는 실습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엄청난 환자를 경험했다. 기관삽입 정도는 눈감고도 할 수 있다"며 "필리핀 의대 출신이라는 자격지심은 없다"고 말했다.
"의사가 되어서 잘살아보겠다는 생각은 없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의사 자격증을 딴 것"이라고 말하는 박씨는 "한국에 돌아가도 개원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