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막리로 응급실에 온 환자를 아무런 검사없이 퇴원시켜 결국 사망에 이르게한 병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이 내려졌다.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항생제와 위장약만 처방해 퇴원시킨 병원의 과실을 물어 유가족들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일부 취소했다.
16일 판결문에 따르면 사망한 환자는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던 중 팔꿈치로 상복부를 맞은 뒤 흉부통증과 호흡곤란으로 00병원에 내원했으나 이 병원 의사는 상급병원 전원을 권유, 결국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학병원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들은 뒤 이학검사와 혈액검사, 심전도검사를 실시한 후 흉복부좌상으로 추정진단했고, 진통제를 투약한 뒤 환자의 상태를 관찰했다.
흉부통증이 덜해진 환자는 다음날 새벽 병원에 퇴원을 요구했고 병원은 환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항생제와 위장약 등 5일분의 약을 처방한 뒤 퇴원시켰다.
하지만 환자는 다음날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의식을 잃었고, 응급실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대동맥박리에 의한 심장압전으로 사망한 뒤였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의사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관리하는 의료행위의 성질에 비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병원은 이같은 주의의무를 소홀히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환자가 큰키, 거미손, 새가슴 등 마판증후군을 나타내는 신체적 특징을 지니고 있었고, 상복부통증을 호소했다는 점에서 대동맥막리가 발생했다는 점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동맥박리 환자의 경우 반드시 응급수술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심초음파검사나 CT 등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채 퇴원시켜 환자의 치료기회를 잃게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환자의 대동맥박리를 의심하고 환자에게 진단을 위한 정밀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했음에도 환자가 퇴원을 요구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과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동맥박리 환자의 40-50%는 수술을 받기도 전에 사망하는 급성질환으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이러한 질환을 의심하고 검사를 권유했으면서 퇴원하는 환자에게 항생제와 위장약 5일분을 처방했다는 점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결국 병원이 근거로 내세운 진료기록지는 나중에 인위적으로 추가해 기재한 것으로 보이며 증인의 증언 또한 믿을수가 없다"며 "병원은 과실을 인정하고 유가족들에게 56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환자에게 마판증후군이 있었고, 마판증후군은 대동맥박리의 중요한 위험인자인 점과 환자가 통증을 느낀 후에도 즉시 병원을 찾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병원과 의사에게 사망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