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의료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이 자취를 감췄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8일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국민건강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소정의원'에 대해 15억7168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시송달서를 공고했다.
소정의원은 복지부 실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허위·부당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12월8일자로 과징금을 부과 받았으나 대표자인 이모씨의 소재가 불분명해 복지부가 공시를 송달하게 된 것.
복지부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됐다, 다시 복원되는 등 대표자 이모씨의 행방이 묘연하다"면서 "부당청구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소 등에 따르면 소정의원은 지난해 8월경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나, 복지부와 심평원의 실사 직후 과징금 부과를 예견하고 폐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과징금이 의원급으로는 상당한 수준인 15억7167만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고의적인 허위·부당청구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적발된 사실은 없다"고 밝혀 환자 유인이나 불법 의료광고 등을 저질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생협은 지역 주민이 조합원이 되어 참여와 협동을 통해 건강증진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왔지만 조합원 300명에 자본금 3000만원이면 설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일반인이 편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사례가 있어왔다.
의료생협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이 100여곳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중 상당수가 편법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지난 7월 부산시가 조사한 의료생협실태조사에서 29개 생협 중 19개 생협이 정기총회 개최, 조합원 관리 등에서 현행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민건강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설립된 것으로 지역 의료계는 보고 있다.
때문에 오랫동안 주민자치와 참여를 가지고 묵묵히 활동해온 의료생협은 이들로 인해 심각한 이미지 훼손을 겪고 있다.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 관계자는 "무분별한 의료생협의 설립과 허위·부당청구가 골칫거리"라면서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의료생협이 오해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연대 역시 지난해 성명을 통해 "요양병원을 지어 노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한 조합 방식의 의료생협은 사이비 의료생협으로 왜곡된 의료체계를 활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이익집단"이라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