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문의 자격 취득자와 전임의 과정 수료자들의 취업 시즌이 도래했다. 안정된 직장과 고소득을 보장받았던 전문의들. 경기침체에다 극심한 개원난에 봉착한 현실 앞에서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메디칼타임즈는 올해 전문의 채용동향을 점검하고, 의사와 의료기관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상) 얼어붙은 채용시장, 전임의도 별따기
(중) 몸값도 구조조정 조짐…구인난, 구직난 상존
(하) 기본에 충실한 의사가 살아남는다
"최근 친구들이 취업난을 토로하며 부럽다는 말을 자주해요. 하지만 저도 매일 취업정보 사이트를 뒤지는 걸요. 의사가 안정된 직업군이라는 말은 정말 옛날 얘기가 된 것 같아요"
얼마 전 모의대 동창회에서 만난 새내기 전문의의 말이다. 약사, 변호사 등과 함께 미래가 보장된 직업군으로 꼽혔던 의사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기침체와 포화상태에 이른 개원시장은 이들을 취업전쟁으로 내몰고 있다.
얼어붙은 개원시장…"개원도 못하고, 봉직의 자리도 없고"
올해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거나 1~2년간 전임의 과정을 거친 고급 인력들의 취업 시즌이 도래했다.
하지만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과거와 달리 취업 동향이다. 전문의 취득자 중 상당수가 개원시장을 엿봤던 과거와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경향은 개원시장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개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봉직의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는 "아마 동기들 중 개원을 생각하는 친구는 단 한명도 없는 것 같다"면서 "설령 개원에 뜻을 두고 있더라도 대부분 몇 년간 더 수련을 받은 후 기회를 노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월말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다.
산부인과 12개를 포함해 정형외과 10개, 소아과 9개, 외과 7개, 내과 6개 모두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봉직의 시장도 그리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다.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종합병원, 준종합병원급 의료기관들이 의사 구인을 꺼린 채 현상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의사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24일 현재 의사 취업전문사이트인 M사를 보더라도 구인공고는 1만건에 불과하지만 구직공고는 1만 8천건에 이르고 있다.
사이트 관계자는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 보조인력 채용은 거의 얼어붙었다고 봐도 된다"면서 "의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대다수 병의원들이 긴축재정을 펴면서 현재 근무중인 인력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면서 "당분간 채용시장의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넘쳐나는 전임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련받은 대학병원이나 모교병원에 남고 싶어하는 전문의들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개원도, 봉직도 어려우니 차라리 수련이라도 더 받으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임의 지원자가 몰려들자 대학병원들은 배짱이다. 무급 전임의를 늘리고 있는 것. 하지만 이마저도 지원자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몇 대학병원만 보더라도 전임의 증원 추세가 뚜렷하다. A대학병원은 2007년 230여명의 전임의를 뽑았지만 2008년에는 250여명, 2009년에는 무려 280여명으로 늘렸다. 이중 무급은 40여명에서 60여명, 80여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또다른 대학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8년 279명에서 2009년에는 312명으로 12% 늘려 채용했다.
K씨는 2년째 전임의를 하고 있다. 그는 "일부 유명 대학병원의 경우 전임의 수련 희망자가 급증하자 정원을 늘리고 있다"며 "상당수 전문의들이 무급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렇게 전임의 정원을 늘려도 전문의들은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선임 전임의들이 교수로 발탁되거나 봉직의 혹은 개원시장으로 빠져나가야 자리가 생기는데 불안하다보니 나가길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임의가 술기를 배우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는 잠시 머무는 피난처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대병원 외과 과장은 "요즘 일부 전임의들을 보면 술기습득보다는 인맥을 쌓거나 과외적인 활동에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경험상 이들은 자리를 소개받으면 전임의를 그만두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