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약제 중복투여, 심각한 수준입니다"
원외처방약제비 환수논란이 여전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심평원이 의료기관의 중복처방 실태를 고발하는 사례들을 공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심평원은 약제비 환수법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고 있던 이달 중순 국회에 동 자료 등을 제출하면서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실제 병원에서 있었던 이른바 '부적정 처방' 내용들이 사례별로 수록되어 있다.
위에 소개된 내용은 환자 A씨에 대한 처방내용.
A씨는 지난해 6월 현기 및 어지러움 증으로 한 병원의 내과와 신경외과에서 진료를 받고 내과에서 30일치, 신경외과에서 60일치의 의약품을 각각 처방받았다.
그러나 내과와 신경외과에서 제산제인 '스티렌정'을 각각 처방한 것이 문제. 심평원은 급여비청구내역 심사과정 중 이와 같은 문제를 발견한 뒤, 스티렌정 중복투여로 30일치 약값을 심사조정했다.
정장제인 '마그밀정'이 50일 가량 중복처방된 사례도 있었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 B씨는 한 병원 신경외과에서 이와 관련된 진료를 받고 60일치 약을 처방 받은 뒤, 2주일 뒤 같은 병원 내과에서 또 다시 진료를 받고 60일치 약을 더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장제인 마그밀정이 신경외과에서 1알씩 60일치, 내과에서 2알씩 60일치가 각각 처방됐고, 심평원 심사과정에서 걸려져 삭감조치가 이루어졌다.
사용중지 의약품 처방-임부 및 병용·연령 금기처방도 상당수
이 밖에 사용중지된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특정연령대 금기, 임산부 금기약제를 처방해 심사조정된 사례들도 많다.
실제 A병원에서는 급성 코인두염(감기) 알레르기성 두드러기 환자에 안전성 문제로 사용중지가 공고된 뉴바론 정을 처방했다 삭감됐다.
또 우울증을 호소하는 29세 임산부에 임부금기인 졸민정을 처방하거나, 만 2세 이상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케로민 주사를 만1세 여아에게 투여하도록 한 사례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이 같은 원외처방 사례들은 누가 보아도 잘못된 처방 아니겠느냐"면서 "이처럼 부적절한 처방에 대해서는 심사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의료계에서는 이처럼 명확히 잘못된 처방에 대해서도 무조건 삭감한다며 비판한다"면서 "의약품비 자체를 의료기관에서 수익금으로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잘못된 처방으로 낭비를 초래했다면 처방을 낸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