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A내과의원 김모 원장은 몇일 전 단골환자인 이씨가 들고 온 약 봉지를 보고 당황스러웠다. 본인이 처방한 약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씨에 따르면 감기질환으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는데 평소와 알약은 물론 시럽의 맛도 달랐다. 약을 조제받은 약국을 찾아가 이유를 물어보니 의사에게 확인해서 대체조제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더욱 황당했다. 최근에 대체조제 관련 전화는 물론 팩스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김 원장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11일 개원가에 따르면 약국가에서 의사의 동의없는 대체조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문전약국이 아닌 멀리 떨어진 약국의 경우 이같은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평소와 달라진 약을 조제받은 환자들이 의사에 대해 불신감을 갖게돼 라포가 깨지거나 혹은 본인이 조제받은 약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약을 복용하는 등의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환자가 말하기를 전에도 이같은 사례가 종종 있었다는 것을 보면 대체조제가 있었던 게 비단 이번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며 "지방의 경우 더 심한 것 같다"고 귀뜀했다.
동작구 B내과의원 박모 원장도 얼마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와 "왜 요즘 약은 효과가 별로 없느냐"고 이의를 제기해온 것. 평소와 같은 처방을 내렸는데 이상하다 싶어 조제받은 약을 확인한 결과 자신의 약 처방과 달라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환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약국을 바꾸면서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박 원장 또한 대체조제에 대한 문의전화는 물론 팩스를 받지 못했다.
박 원장은 "일단 환자에게 같은 성분이라서 괜찮다고 설명했지만 환자는 이미 해당 약에 대해 불신이 생겨 있었다"며 "요즘 환자들이 점차 영리해지면서 대체조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멀리 떨어진 약국의 경우 환자의 편의를 위해 대체조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환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을 찾았던 이씨는 "약국에서 의사한테 확인전화를 했다고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사실과 달라 불쾌했다"며 "전에도 이같은 일이 있었는데 아무리 상관 없다고 해도 조제과정에서 약이 바뀐다고 생각하니 찝찝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