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고혈압약제 처방이 ARB에 너무 치우친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철호(순환기내과) 교수는 17일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홍순표)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내 고혈압치료의 현황과 약제사용; 현재의 상태는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고혈압 조절율이 2005년 27%였지만 2007년에는 38%로 크게 증가했다”면서도 “KEY연구에서는 치료환자의 51%에서 목표혈압을 달성했지만 당뇨환자에서는 21%에서만 목표혈압에 도달했고, 이뇨제의 사용빈도가 낮아 향후 사용이 늘어나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KEY(Korean Epidemiology Study on hypertension)연구는 2008년 개원의들로부터 수집된 13184명의 고혈압환자를 분석한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국내 고혈압약제 사용은 판매금액으로는 ARB가 칼슘차단제를 훨씬 앞섰는데 이는 2006년까지는 칼슘차단제의 판매가 ARB보다 약간 많았지만 2007년 반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8년 9월까지 1년간 순환기 약제 중 강압제의 사용실적은 1조 477억원으로 전년도의 9426억원보다 11% 늘어났다.
이중 칼슘차단제는 3669억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ARB가 2236억원, ARB와 이뇨제 병합제가 2365억원으로 두 개를 합치면 칼슘차단제보다 많았다.
반면 ACE억제제, ACE억제제와 이뇨제 병합제는 각각 744억원, 132억원으로 ARB의 1/5 정도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칼슘차단제의 증가는 2%에 불과했지만 ARB와 이뇨제의 병합제는 32%, ARB는 12% 성장했다”면서 “이는 2006년까지의 경향으로 보아 예측됐던 것으로 ARB 시장의 증가가 너무나 두드러지게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지금의 현상은 2006년 일본의 현상과 거의 같았다”며 “그러나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는 베타차단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이나 이탈리아도 ARB가 많이 사용되는 유사한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ACE억제제의 사용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강압제를 사용하는 것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지만 비용-효과면이 가장 좋은 것이 사용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국내의 고혈압약제의 사용은 너무나 치우친 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과거 2000년까지는 칼슘차단제의 사용이 주를 이뤘지만 ARB 발매 이후에는 해당 약제 사용이 급속히 증가해 현재는 칼슘차단제 사용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김철호 교수는 “우리나라도 2004년 고혈압 지침서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때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해까지 춘계학술대회를 평일에 개최한 결과 개원의들의 참석이 저조하자 올해부터 휴일로 변경하고, 일요일에는 개원의 연수강좌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한일 조인트 심포지엄도 마련, 고혈압 치료지침에 대해 집중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은 올해 고혈압 치료지침을 개정하면서 젊은층의 목표 혈압을 140/90mmHg에서 130/85mmHg로 바꿨다. 고령자는 140/90mmHg를 유지했다.
학회 김순길(한양대 구리병원) 홍보이사는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개정하지 않고 있는데 미국이 치료지침 개정을 진행중이어서 그 결과를 지켜본 뒤 2010년이나 2011년 개정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