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시설과 병상을 늘리며 암전쟁에 나섰던 대형병원들이 이제는 환자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경쟁적으로 수십종에 나서는 암환자 전용식단을 내놓으며 식욕이 부족한 암환자들의 마음을 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총 45가지의 암환자 전용메뉴를 개발하고 외래환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공개 시식회를 개최했다.
암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전 그 맛과 영양을 검증받겠다는 의도. 실제로 세브란스병원은 이를 바탕으로 메뉴의 이름을 확정지은 뒤 환자들에게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 세브란스가 개발한 45가지 메뉴는 미역청국장무침 등 된장, 청국장을 이용한 메뉴만 5종류에 발하며, 바싹 불고기 등 고단백 요리 9종, 새우배추말이 등 이색 찬류 5종, 신선초 비빔밥 등 식욕이 없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메뉴 9종이 포함됐다.
또한 고구마만쥬 등 곡류와 단백질, 과일을 보충할 수 있는 간식류만 10종에 이른다.
특히 식욕과 소화기능이 떨어져 한 번에 많은 양의 섭취가 어려운 암환자들의 특성에 맞게 1일 3회 식사에서 1일 6회의 식사로 횟수를 증가시켜 충분한 열량 섭취가 가능하도록 했다.
세브란병원 정현철 암병원장은 17일 "암환자의 경우 적절한 영양공급이 되지않아 체중이 줄게 되면 체력이 저하돼 항암 치료를 견뎌내기 힘들다"며 "특히 이로 인해 삶의 의욕마저 잃게 돼 투병생활이 힘들어진다"고 환자메뉴 개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삼성서울병원도 최근 암환자 식사메뉴 21종에 간식 28종으로 구성된 50여가지의 환자식 메뉴를 선보여 병원계의 큰 화제가 됐었다.
대다수 암환자들이 식욕부진을 호소하고 57%나 아침식사를 하기 어렵다고 토로하자 병원과 영양팀이 머리를 맞대고 QI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메뉴는 우선 아침식사용 영양보충죽. 북어계란죽, 버섯영양죽, 김치콩나물죽 등 죽의 종류만 해도 9종에 달하는 메뉴가 제공되고 있다.
일반식도 얼큰북어국, 김치콩나물국, 사골옹심이미역국 등 다양한 한식메뉴로 구성했고 28종에 달하는 영양간식을 마음껏 골라먹을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
환자별 맞춤식단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위암환자를 위한 위절제후식, 대장암환자를 위한 장수술 맞춤식이 대표적인 경우. 올해 3월부터 시작했지만 벌써부터 타 병원까지 입소문이 대단하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장은 "암환자들에게 식사는 매우 중요한 치료중 하나"라며 "식사를 통해 영양섭취가 잘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암환자를 위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형병원들이 이처럼 이익이 나지 않는 환자식단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뭘까. 바로 치료효과와 만족도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암환들을 대상으로 식사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메뉴개발전에는 63점에 불과했지만 신메뉴 개발 후에는 86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식대수가로는 이 메뉴가 감당이 안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식사도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이정도 손해는 감수해야한다는 것이 병원의 판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