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환자의 10명 중 9명이 의사의 권유 등을 이유로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거나 가족과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연명치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팀은 19일 “전국 17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망환자의 89.5%가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았으며 그 이유로는 의사가 하지 않기를 권하거나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윤영호 박사팀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등 17개 병원 연구팀과 함께 1592명의 사망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도출됐다.
연구결과, 환자가 사망전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은 이유는 △의사가 하지 않기를 권하거나 심폐소생술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의사가 판단해서(65.7%) △의미없는 삶의 연장보다 품위있는 죽음을 가족이 원해서(27.1%) 등을 꼽았다.
반면, 심폐소생술을 받은 임종환자(10.5%)의 경우,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기 때문에(41.2%) △의사가 권해서(28.2%) △가족이 심폐소생술이 최선의 치료라 생각해서(10.0%) 등의 이유를 들었다.
특히 사망환자의 93.7%와 92.7% 등이 심폐소생술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해 본 적이 없으며 중환자실 입원에 대해서도 가족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환자 가족들은 중환자실에 입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사가 입원하지 않도록 권해서’(77.3%) ‘의사가 중환자실 입원이 최선이 아니거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9.9%) ‘환자가 삶의 의미 없는 연장보다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가족이 원해서’(3.9%) 등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중환자실에 입원한(35.7%) 이유와 관련, ‘의사가 권해서’(65.9%) ‘중환자실 입원이 최선이었기 때문에’(14.4%) ‘가족이 생명연장을 원해서’(10.9%) 순을 보였다.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난다면 가족의 43.3%는 ‘중환자실에 환자를 입원시키겠다’고 응답했으며, 12.8%는 ‘환자로 하여금 심폐소생술을 받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연구팀은 생명연장치료 이용은 의료진의 설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죽임이 임박한 상황에서 생명연장치료 효과에 대한 가족의 잘못된 믿음도 작용하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영호 박사(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마지막 순간에 삶의 가치와 선택을 존중하는 것은 임종관리에서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연장치료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며 간과되고 있는 의사의 설명을 지적했다.
윤 박사는 따라서 “환자의 자율적 선택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생명연장치료의 사용에 따른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관행을 바꿔 사전의사결정제도와 임종환자관리지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Supportive Care in Cancer’ 온라인판 최근호(4월)에 개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