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사업 연기로 늦어진 병·의원 DUR2단계 시범사업 첫날인 1일, 경기도 고양시 동구지역 의료기관 대부분이 DUR 2단계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정부는 1일부터 DUR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했지만 5개 안팎의 일부 의료기관 만이 2단계 DUR시스템을 적용해 처방전을 발행했을 뿐 상당수 의료기관들은 시스템 업데이트 부재로 기존 시스템으로 처방했다.
고양시의사회에 따르면, 전체 참여 의료기관 130곳 중 5개곳만 DUR시범사업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참여한 의료기관 중 약국에서는 금기약·중복처방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알 수 없어 답답함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금기약 처방, 의사 DUR시스템은 왜 안 나타나지?"
이날 정상적으로 DUR 2단계 시스템을 적용해 진료를 본 S산부인과 정모 원장은 오전 약국으로부터 금기약 처방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정 원장이 오전에 항진균제를 처방했던 환자가 알고보니 같은날 앞서 들렸던 병원에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처방받았던 것이다.
약사는 항진균제와 콜레스테콜 약이 동시에 처방되면 환자의 간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처방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문의해왔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일단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약을 제외하고 복용한 뒤 내일 다시 들러줄 것을 당부했다"며 "근데 약국에서 알 수 있는 정보가 의사인 나는 왜 알 수없었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조제정보 중심의 DUR 2단계 시스템에 처방정보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로 앞으로도 시범사업 기간 중에 이같은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DUR 프로그램 미완성…상당수 의료기관 '답답'
반면, B내과의원 김모 원장은 DUR시스템을 가동시키자 오류 메시지가 뜨면서 프로그램이 시동이 되지 않아 결국 기존 시스템으로 처방을 냈다.
김 원장은 "답답해서 해당 업체에도 전화를 걸어보고 심평원에도 문의해봤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 포기하고 평소대로 전자차트를 사용했다"면서 "하루 빨리 정상적으로 시스템이 가동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근 동료 개원의들에게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2단계 DUR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 차례 시도하다가 결국 기존 시스템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보험청구 일자와 겹쳐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해당 전자차트업체 측은 "이미 시스템 배포를 마친 상태로 의료기관에서 업데이트만 하면 되는데 왜 오류가 발생하는 지 파악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자차트업체도 "앞서 약국에서는 시행 초기 문제점이 속출해 이를 실행하는 약국도 업체 및 심평원도 혼란이 야기돼 이번에는 보다 철저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 도입하려다 보니 늦어졌다"고 해명하고 "소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실시 후 확대 도입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고양시의사회 관계자는 "시행 첫날 10%에도 못미치는 사업을 할 정도라면 정부가 너무 사업을 밀어부치기 식으로 추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사전에 심평원이 주도적으로 시스템을 배포, 테스트를 거친 후 실시하도록 해야 원활한 관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심평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