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상학회(회장 임경수)가 외상외과 세부전문의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는 외상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임상의사의 명맥이 끊어질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한외상학회는 5일 학술대회에서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신설을 위한 현황과 과제’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분당서울대병원 박도중 교수는 외상 외과의사(trauma surgeon)를 ‘외과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은 후, 외상 또는 외과 중환자 치료 분야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친 의사’로 규정했다.
외상 외과의사가 외상환자의 소생술에서부터 안정화 단계까지 책임을 가지고 외상간호사, 외상전공의 및 여러 스태프들로 구성된 외상팀을 이끌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중증 회상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유무에 따른 결과는 황금과 같은 1시간 이내에 주요 사망 원인인 출혈을 막기 위한 수술이 시행되느냐 안되느냐를 고려해 볼 때 그 차이가 크다고 예상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서울아산병원 홍석경 교수는 “다발성외상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게 되면 불필요하게 많은 의료진이 동시에 치료계획을 세우게 되면서 의견조율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필요한 전문 임상과 의료진이 여의치 않아 치료공백을 보이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초기 치료에서부터 응급의학과와 함께 환자의 치료에 개입해 통합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부분부터 우선 순위로 치료를 개시하며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치료능력을 가진 임상의사를 육성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한외상학회가 세부전문의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외상진료체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정부 차원의 외상체계 구축 필요성이 인지되고 있지만 개별 병원 단위에서 관련된 공문을 수령할 부서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개별 임상과로서의 실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외상체계를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발성외상을 전공하려는 전임의가 전무하다는 것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외상환자 수가가 처참할 정도일 뿐만 아니라 임상과로서의 실체가 없고, 개원도 할 수 없어 의사들이 기피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전임의가 전무해 대가 끊어질 판”이라고 밝혔다.
실제 외상학회는 학술대회 참가자가 부족해 등록기간을 여러 차례 연장하는가 하면, 각 병원에 전공의가 등록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