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표준이식이 불가능해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던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에게 미니이식을 적용, 완치의 가능성을 열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이뤄진 쾌거로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혈액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SCI학술지 루케미아(Leukemia)지에 게재됐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이석, 조병식 교수는 최근 고령이거나 합병증으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저강도 조혈모세포이식술을 시행해 표준이식과 같은 수준의 치료결과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17일 밝혔다.
이 교수팀은 2000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약 7년간 50세 이상 고령이거나 이식 당시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돼 표준이식이 불가능한 성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37명을 대상으로 완전관해(체내에 남아 있는 백혈병 수가 적은 상태)에서 미니이식을 시술했다.
이후 평균 3년간 이들 환자들을 추적한 결과 전체생존율 64%, 무병생존율 62%, 재발율 19%, 이식관련사망율 17%라는 놀라운 성적이 확인됐다.
이는 표준이식 성적에 버금가는 결과로 세계 최초로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 미니이식 유용성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과거 소아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은 항암치료만으로도 80% 이상에서 장기생존 및 완치가 가능했지만 성인들의 경우 동종조혈모세포이식만이 완치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보편적으로 시행해 온 이식 방법이 항암치료보다 4-6배에 해당되는 고강도의 전처치요법(고용량 항암제 및 전신방사선요법)을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표준이식)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표준이식 방법은 이식 사망률의 증가되는 위험성 때문에 환자가 고령이거나(50세 이상) 이식 당시 심각한 합병증(활동성 감염, 장기기능 손상 등)이 동반된 경우 시행이 어려웠고, 그 결과 치료 성적도 매우 저조했다.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식 전 투여되는 전처치요법의 강도를 낮춘 미니이식을 시행하기 위한 방안들이 세계적으로 진행돼 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성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과 같이 질환의 진행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미니이식의 성적이 저조하여 그 유용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석 교수팀이 이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미니이식을 통한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성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의 치료방식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보고 있다.
이 석 교수(혈액내과)는 "이번 논문은 성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 미니이식의 유용성을 입증한 최초의 전향적 연구결과"라며 "이를 통해 성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의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기존에 표준이식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고령 환자나 이식 전 합병증이 동반되어 있던 환자들도 미니이식을 통한 완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고 연구결과를 평가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소장 민우성 교수)는 지난 1983년 국내 최초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시키며 지난 25년간 조혈모세포이식 분야의 연구와 치료를 선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