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임상실습의 질을 높이고, 임상 전임교수 남발을 막기 위해 질 평가후 학생교육병원을 지정하자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원장 이무상)의 제안에 대해 대다수 학장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민간의료가 90%를 차지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립의대를 편중지원하면서 사립의대 전임교수 임용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게 터져 나왔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23일 ‘바람직한 학생교육병원’ 공청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공청회가 열린 배경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부는 지난 2007년 순천향의대와 을지의대에 대한 감사 결과 의대 부속병원에서 의대 임상실습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재단 산하 의료법인들과 협력병원을 맺고 교수들을 파견근무토록 하자 해당 교수들을 전임교원으로 불인정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전임교원의 경우 주당 9시간 이상 교육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게 교과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이들 전임교원에 대해 정부가 지원한 사학연금과 건강보험료를 회수하고, 의료법인을 학교법인으로 전환하거나 의료법인을 유지하려면 전임교원으로 임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순천향의대는 재단 산하 의료법인들을 학교법인으로 전환한 반면 을지의대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한 상태다.
교과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올해 1월 의대 부속병원을 두지 않고 재단 산하 의료법인들을 의대교육 협력병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천의대에 대해서도 주당 9시간 이상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에 대해서만 전임교원으로 인정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하지만 대학설립운영규정 상 의대는 의대생 교육을 위해 부속병원을 설치하거나 협력병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뿐 학생교육병원에 대한 기준이나 규정이 전무하자 교과부는 뒤늦게 의평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공청회에서 의평원은 의대 협력병원 지정안, 3가지 형태의 교육연구병원 지정안을 발표했다.
의대 협력병원 지정안은 학교법인 부속병원과 특수법인(국립의대 부속 국립대병원)은 현재와 같이 학생교육병원으로 인정하고, 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이 운영 중인 병원 가운데 일부 병원만 교육협력병원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법인이나 특수법인이 임용한 전임교원이 교육협력병원으로 지정된 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 ‘겸임’이 아닌 ‘겸직’이 가능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 안은 의대의 저항을 줄이고, 국고(사학연금, 건강보험료 등) 지원의 형평성을 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불필요한 전임교원을 증가시키고, 국고 지원 증가, 의대 신설 유혹을 배가시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교육연구병원 지정안 가운데 첫 번째 안은 학교법인 부속병원이나 특수법인 중에서 교육연구병원 기능이 우수한 병원만 학생교육병원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반면 의료법인과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병원 가운데 교육연구병원 기능이 우수한 병원만 교육협력병원으로 분리 지정된다.
교수 지위와 관련해서는 학생교육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에 소속돼야 전임교원 발령이 가능하고, 교육협력병원 피용자는 겸임교원으로만 근무할 수 있어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안은 교육협력병원 교수와 국립대병원 교수 가운데 학생교육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한 병원에 근무하는 교수에 대해서는 전임교원 자격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교수 남발을 막을 수 있고, 의대 신설을 억제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교육협력병원으로 지정받고도 겸임교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고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두 번째 안은 법인격과 무관하게 교육연구병원의 기능이 있는지를 평가해 인증을 받으면 학생교육병원으로 지정하는 방법이다.
다만 학생교육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의대 인정평가를 통과하고, 병원의 연구능력과 학생교육기여도, 시설기준을 충족하는 교육연구병원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총장이나 학장은 학생교육병원에 소속된 의사에 대해 자율적으로 전임교원 발령을 할 수 있지만 의평원은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역할과 자격을 규정하자고 권고했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하게 과다한 부실 교육협력병원과 교원이 줄어들고, 의대 인정평가를 받지 않은 대학은 학생교육병원 인증을 받을 수 없어 의사면허시험 응시자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 대안은 임상대학을 만들자는 것으로 학생교육병원 지정제도를 확장해 전공의 수련병원도 일정기준을 충족하면 임상대학으로 지정하고, 해당 피용자에 대해서도 전임교원 발령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의학교육 과정의 중심이 BME(의대 교육과정)에서 GME(수련교육과정)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병원의 의학교육적 기여도를 감안해 BME와 GME가 통합된 임상대학을 운영하는 방안이다.
이 안이 시행되면 전공의 수련만을 담당하는 병원 소속 교육지도자도 대학과 연계해 전임교원 발령을 받게 된다.
특히 의평원은 이들 안 중 하나가 시행되더라도 현재의 전임교원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인정하고, 시기를 고려해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견해도 분명히 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의대 학장들은 기본적으로 평가를 통해 학생교육병원이나 의대협력병원을 지정하자는 취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인제의대 이병두 교수는 “학생 임상실습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교육병원을 평가하고, 적정한 질을 갖추고 있는지 관리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자격이 있는 병원만 임상실습병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순천향의대 박윤형 학장도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의대협력병원을 학생교육병원으로 인증하기 위해 평가하고, 향후 이를 학교법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이제 와서 의대 협력병원을 수술하려는 것에 대해 비판도 잇따랐다.
성균관의대 어환 학장은 “제도를 바꾸면 바람직한 교육병원으로 발전하느냐”면서 “국고 지원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변경하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박윤형 학장은 “정부는 국립의대에 대해 운영비 일체를 지원하지만 사립의대에는 사학연금과 건강보험료 일부만 보조하면서 전임교원 시비를 걸고 있다”면서 “협력병원 형태로 위탁교육을 가능하게 해 놓고 느닷없이 관련법을 적용해 겸직을 금지시켰다”고 질타했다.
삼성의료원 이종철 의료원장은 “하버드의대는 소유가 다른 7개 협력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환기시키면서 “대학이 병원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발전이 가능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