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요의료포럼 주관으로 열린 '범 사회적 폭력 추방을 위한 워크숍'에서는 의료현장의 폭력을 우선적으로 다룰 의제로 선정했다.
이는 아동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노인폭력 등 갖가지 범사회적(?) 폭력이 만연한 상황에서 의료계가 구태여 민감한 내부폭력의 문제를 폭력 추방의 첫번째 대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4개월동안 의료현장의 폭력 실태 조사를 수행했던 아주의대 임기영 교수는 "범사회적 폭력 추방 운동을 시작하려면 의료계 내부의 사전작업이 우선돼어야 한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임 교수는 이어 "폭력, 편견 등 몰이성과 비합리성이 만연한 우리 사회를 바꾸기위해 나서야할 사회구성원이 의사"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의사들은 그런 부분에 대한 역할이 미비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생명을 존중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가진만큼 환경에 대한 인간의 폭력에 대항하는 등 주도적으로 나서야 되는 분야가 많이 있다. 정신과 의사의 경우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에 나설 수 있는 전문가이다.
그러나 사실상 시민단체와 변호사단체가 이러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정작 많은 의사들은 무관심했다.
임 교수는 "의사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속에서 일정역할을 한다면 의사들은 거대하고 전문적인 NGO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그 역할이 미비했기 때문에 의사들의 사회적 영향력도 적을 뿐더러 정치세력화라는 말이 공염불이 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폭력, 양비론이나 정황론은 안돼"
임 교수는 지방의 한 대학의 폭력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 의료계 내부의 폭력에 대한 인식수준을 체험했다.
3년차 레지던트가 1년차 레지던트에게 야구방망이로 구타해 뇌수술까지 받은 소식을 들은 그는 대학 홈페이지를 뒤지며 이야기를 수소문했지만 교수, 병동관계자, 학생 그리고 레지던트들 조차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분위기가 의료계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 현실이며 아직도 '맞을 만한 일을 했겠지', '수련과정이 맞으면서 배우는 것 아니냐'는 의식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폭력의 문제를 양비론이나 정황론에 의거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임 교수는 "월요의료포럼에서 의료계 폭력추방운동을 시도하려 할 때도 '의료계가 깡패집단으로 오인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지만 우리가 먼저 자성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득했다"며 "현재는 이문제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고 자평했다.
폭력, 여성의학으로 이행과정의 산물
이같은 의료계 내부의 폭력은 배움에 있어서 엄격한 선후배 상하관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정확한 치료에 대한 중압감 등 여러 요인이 동반 작용한다.
그러나 임 교수는 폭력의 문제를 좀 더 근원적이고 철학적으로 바라본다.
그에 따르면 소위 '기계적 의학', '과학적 의학'으로 남성적 의학인 현대의학이 돌보는 의학이자 치유의 의학인 여성의학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기존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통제수단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의사들이 새로운 리더십과 통제수단을 지니지 못한 결과가 폭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엄격한 흉부외과에서도 폭력이 없는 것은 의사소통, 지도력, 시스템과 체제, 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통제수단도 없고 의사소통도 안되기 때문에 폭력이라는 수단이 자연발생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권력이 약화될 때 폭력이 나온다"고 표현했다.
따라서 그는 의대생뿐 아니라 전공의들도 의사소통, 리더십 교육 등의 인성교육을 통해서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장한다.
단기적으로는 폭력을 행사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고 폭력을 당한 사람이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
임 교수는 민감한 의료계 폭력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러한 철저한 내부 반성을 통해 사회의 영향력도 의료계의 정치세력화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8만 의사가 세력화가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며 "문제는 정치세력화를 이루어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환경문제, 국민건강, 사회폭력 추방, 양질의 의료와 같은 공익적인 목표에 관심을 가지고 의사의 개인적 이득만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